[종합] 尹, 과거사 언급 없이…"日, 군국주의 침략자서 협력 파트너로"

2023-03-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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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며 한·일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강제징용 해법, 과거사 사과 등 일본에 대한 요구는 전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을 통해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약 5분간 읽어 내려간 기념사는 1300자 남짓한 분량이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3620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보수·진보를 떠나 역대 정부에서 나왔던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촉구' '위안부 등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 등 메시지도 없었다. 대신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잊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만 있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식민지배 책임을 당시 일제의 침략이 아닌 조선 왕조에서 찾는 이른바 '친일 식민사관'에 동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것에 대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윤 대통령이 작년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에 대해 힘을 합해 나가야 할 이웃이라고 표현했고, 이번 3·1절 기념사에선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과거 한국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윤 대통령은 미래지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례적인 과거사 없는 기념사···'강제징용 협상 막바지'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은 역대 모든 대통령이 강조했지만 과거사 현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유화적인 3·1절 메시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둘러싼 양국 간 막바지 협상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났고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주말 비공개로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박 장관은 전날 징용 피해자 단체 측과 약 70분간 면담했다.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되 그 재원을 한·일 양국 기업 등이 충당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를 공식화했다. 관건은 일본 기업의 공식 사죄와 재원 조성 참여 문제다. 일본 측은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서 청구권 문제 등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 기업의 참여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與 "국익 중심 미래지향적 방향" vs 野 "역대 최악, 한국 대통령 맞나"

윤 대통령의 유화적인 3·1절 메시지에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 아닌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미래지향적인 우리의 방향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국민의힘도 오직 국익적 관점에서 세계사의 변화 흐름에 발맞춰 미래를 준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호응했다.
 
반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게 정말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념사인가 싶다"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는 진솔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가 전제돼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3·1절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해서 태평양의 조그마한 섬나라들도 치열하게 항의하고 싸우는데, 바로 인접한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번 기념식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주제로 거행됐다.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유족, 여야 지도부, 사회 각계 대표 등 약 1300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회색 넥타이에 태극기 배지를 착용하고, 흰색 원피스를 입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기념식에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만세삼창'을 끝으로 기념식에서 퇴장하다가 권성동·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과 악수했고 이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 등과 짧게 악수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맞댄 것은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이후 5개월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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