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통일벼, 아프리카를 가다

2023-03-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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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사진=농촌진흥청]


한국은 최빈국의 원조도 받아 경제성장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1960년 이후 경제 고도성장을 이뤄냈고 전 세계 경제 사회 발전의 모델이 된 것은 자랑스럽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70년 전 미국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심지어 남미 국가에서도 쌀을 원조 받았다. 1950년 전후 원조 받던 시절 우리 농업은 주요 원조 수혜 분야였다. 1960년까지 농업 부문 수원(受援) 규모는 12억3000만 달러로 전체 원조의 약 42%를 차지했다.
 
60년대 중반 식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 통일벼 품종 육성 사업을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 주곡 자급 달성을 이뤄냈다. 이것은 식량 자립을 이뤄낸 좋은 사례다.
 
세계적으로 품종 개량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197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노먼 볼로그 박사의 키가 작은 밀 품종개량 성과다. 다수성 밀 품종개량으로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녹색혁명을 이뤄냈고, 그 결과 수십억명을 기아로부터 해방시켰다.
 
우리 정부는 올해 국제개발협력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4조8000억원 가까이 이른다. 이제 글로벌 중추국가로 명실상부하게 전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농업 분야 개발 협력 규모도 2027년까지 연 5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투자에 적합한 성과를 얻어 내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농업 분야 개발 협력의 경우 더 그렇다. 개발협력 파트너국들의 경우 농업이 주요 산업이고 대부분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난한 농촌과 농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은 물론이고 당장 기아 해결이 급선무인 경우가 허다하다.
 
국제개발협력에 우리나라의 통일벼 품종개량 경험과 그간 축적된 지식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쌀밥을 먹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쌀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매년 쌀 수입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막대한 그들의 국부를 지출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는 쌀 증산 자급률 향상을 정부 정책에 담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60년대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가장 필요한 품종 개량 자체 사업을 하는 파트너국은 보기 드물다. 그 이유는 장기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 아프리카 개발협력 투자에 우리의 통일벼 품종 개량 경험 공유를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잊혀져 가는 다수성 통일벼가 아프리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세네갈 정부는 우리 정부로 부터 공여받은 다수성 통일벼 품종을 자국의 품종으로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다.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 협의체는 그간 아프리카 벼 연구소와 함께 첨단기술을 적용해 우수한 벼 품종 개량 사업을 수년째 하고 있다. 그 결과 아프리카 5개국에서 12개 우수 품종을 등록했고, 각 파트너국의 벼 증산 정책에 활용될 준비가 돼 있다.
 
아프리카에서 벼 품종 개량이 실질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우수 품종 종자를 양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아프리카 농업 혁신을 위한 개발 협력 파트너십을 통해서 우수 품종 종자를 최적합기술로 생산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 아프리카 벼 전문가의 참여로 식량자립의 길을 열어주는 협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제 아프리카 벼 품종 개량 개발 협력이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되도록 우리의 기술혁신 경험과 자원을 밑거름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기아 해결에 실질적 성과를 얻어 상호 호혜적 한·아프리카 파트너십 실현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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