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리아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 대세 속···'저가 공세' 나는 中, '영역 확장' 뛰는 日

2023-02-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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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각형·파우치형은 수요 줄며

포드, SK온과 합작 철회···中과 맞손

日도 LG엔솔 사업 '발목'···추격 거세

남미 리튬 국유화로 경쟁력 더 '암울'

완성차 기업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각형·파우치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생산해왔던 국내 배터리 기업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은 원통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미 원통형에 힘을 쏟아왔던 CATL 등 중국기업에게는 한참 뒤처져 있고, 오히려 일본 기업들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이 본격 시행되고 남미 국가들의 광물 국유화 움직임까지 거세지면, 원재료 수급난으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고전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대세는 ‘원통형’...파우치 주력 韓 배터리 어쩌나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CATL과 일본의 파나소닉은 미국의 완성차 기업인 포드와 GM을 상대로 한 영업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CATL과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를 내세워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LG와 SK의 주력인 파우치형 배터리와 비교해 그 성능은 낮지만 높은 가성비와 안정적인 공급망이 장점이다. 형태와 호환성 측면에서도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기 때문에 최근 완성차 기업은 원통형 배터리를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포드는 SK온과의 합작을 중도 철회하고 미·중 갈등이 극심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의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 남서부에 35억 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완성차 기업의 배터리 합작공장 협의에도 일본의 파나소닉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해오던 파나소닉은 올해 초부터 포드, GM과의 공급 계약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GM의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경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미국 내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튬 가격 상승 압박...中 가성비에 가격 올리기 쉽지 않아
원자재 가격 상승도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멕시코의 리튬 국유화 선언을 시작으로 칠레, 브라질 등 남미의 주요 리튬 매장국들 역시 리튬 국유화를 준비 중이다.

중동의 석유와 같이 국가가 리튬 생산계획을 통제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하얀석유’로도 불리는 리튬을 둔 글로벌 자원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가 이익을 최대한 도모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업계는 남미 내 이 같은 기류가 향후 남미 리튬 연합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문제는 주요 자원의 국유화 움직임이 글로벌 리튬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튬(탄산리튬) 가격은 2020년 1분기 ㎏당 39.32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541.7달러로 13.78배가 뛰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435.93달러로 다소 안정세를 찾으며 배터리 기업들의 원자재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리튬 주요 생산국들의 보호주의로 인해 지난해 고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리튬 가격의 상승 압력을 LG와 SK가 제품가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의 가성비 좋은 배터리가 미국에 진출했으며, 유럽을 뒤덮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리튬가격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인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급격히 변화하는 배터리 트렌드에 중국의 물량공세, 일본의 신시장 개척 등이 우리 배터리 기업에는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며 “올해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에 커다란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 주요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파나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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