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0조+α' 발표에도 당국·여론 '싸늘'…추가 지원책 나온다

2023-02-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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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이 300억원 규모의 노·사 공동기금을 조성해 금융 취약계층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은행권은 금리인상기에 이자장사로 얻은 수익을 임직원들의 성과급을 올리는 데 썼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으로부터 '돈잔치'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은행권은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여론의 반응이 싸늘하자 개별 은행 차원에서 후속 지원책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19일 ‘하나은행 온기 나눔 프로그램’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공동기금은 직원들이 모아온 ‘사랑나눔활동’ 등 기금에 은행이 추가 기부금을 적립해 조성된다. 공동기금은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고금리 취약 차주 등 금융 취약계층 고객 15만명에게 현금으로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노사가 모범적인 상생 문화를 정립하고 손님을 중심으로 하는 건강한 금융의 역할을 하겠다”며 “노사가 서로 화합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의 이와 같은 조치가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잇는 추가 지원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서민층에 즉각적인 도움이 될 방안을 추가 발표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이 지난주에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보증배수 등 효과를 제외하고 은행이 실제 투입한 금액이 78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년 후 금 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다는 측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출연하는 게 7800억원”이라며 “은행마다 고객 중 취약계층이 있으니 (은행별로) 사정에 맞게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발 빠르게 300억원 규모의 직접적인 취약계층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차주들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대환해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원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KB국민은행은 이와 같은 내용의 ‘KB국민희망대출’을 내달 출시하겠다고 예고했고, 주요 시중은행도 해당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권 수장들이 교체된 만큼 취임 초기 금융당국과의 교감을 위해 대규모 서민지원 대책을 추가로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내달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곧바로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실제로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진 회장 내정 이후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고객을 위한 각종 금융지원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일부터 취약차주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더불어 시중은행도 최근 새로운 행장이 자리에 앉은 경우가 많다”며 “임기 초반에 금융당국과 관계가 틀어져서 좋을 게 없기 때문에, 대규모 추가 지원책을 통해 정부에게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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