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죄수를 너무 좁은 곳에 가두면 안 돼요

2023-02-16 09:51
  • 글자크기 설정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대표 [사진=법무법인 세창]


한국 구치소와 교도소의 생활환경은 아직도 열악하다. 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과밀수용 문제가 주목받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적극적인 가석방 확대 정책으로 110%를 넘던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이 100%대로 개선됐으나 여전히 일부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120%를 넘는다. 수용자의 수를 줄이는 것은 일시적 방편이며 근본 해결책은 시설 개선과 확충이다. 2022년 7월 14일에 대법원은 구치소 및 교도소 수용자들이 과밀수용됐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국가가 수용자를 교정시설에 가두면서 수용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지만, 국가는 수용자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다. 나아가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고, 국가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가두는 것은 수용자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선언했다.
교정시설의 생활공간인 거실은 수용자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공간과 채광·통풍·냉난방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는지는 거실의 수용자 1인당 면적, 제공되는 의류, 침구, 음식, 식수 및 수용자의 영양 상태, 채광·통풍·냉난방 시설 및 위생 시설의 상태, 수용자가 거실 밖에서 자유로이 운동하거나 활동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 의료 수준 등 수용 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문제를 제기한 수용자들이 한 거실에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수용돼, 거실 중 화장실을 제외한 부분의 1인당 면적이 일상생활도 어려울 만큼 좁다고 봤다. 그러한 과밀수용 상태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시적 수용률 폭증에 따라 부득이 합리적이고 필요한 정도로 단기간 내에 이뤄졌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면은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적 행위인데, 제공된 매트리스 면적이 1.4㎡여서 거실에서 매트리스를 제외한 활동공간이 너무 좁았다. 수용자 1인당 2㎡ 미만 거실에 수용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의 원고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수용자들이 비록 법을 위반해 교도소나 구치소에 갇혀 있지만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만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현대 인권국가의 의무다. 특히 구치소는 아직 형사재판이 확정되기 전 미결수가 갇혀 있는 곳이고, 이들 중 최종적으로 무죄로 판명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이들에게 적절한 수용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1인당 2㎡(0.6평)가 안 되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답답해진다. 오늘날 징역형은 범죄에 대한 형벌의 의미도 있지만 반성의 기회를 통해 형을 무사히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라는 의미가 더욱 크다. 쥐들도 과밀한 환경에 두면 더 공격적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있으면 인간은 정신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생각하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여유가 없어지며, 불필요한 긴장과 다른 수용자들과의 과다한 신체적 접촉에 노출될 수 있다.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한 따뜻한 판결이어서 칭찬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