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은행권 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연 5%대 수신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연 3%대로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여서 은행 수신상품 예치를 통해 목돈을 마련하는 재테크 방식도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12일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1년) 대표 상품 금리는 최근 연 3.36~3.6%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주요 은행들의 12개월 만기 최고우대금리를 살펴보면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연 3.62%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연 3.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3.5% △KB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 연 3.48%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수신상품 금리 조건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앞다퉈 수신금리 하향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케이뱅크는 지난 7일 파킹통장 성격의 입출금통장 '플러스박스' 금리를 연 3.0%에서 2.70%로 0.3%포인트 낮췄다. 카카오뱅크도 이달 초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연 4.5%에서 4.0%로 0.5%포인트 인하했고, 연 4.55%였던 24개월 만기 상품 역시 0.55%포인트 낮은 4%로 조정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1년 만기 수신상품과 2~3년 만기 상품 금리가 동일하거나 장기 예치상품 금리가 더 낮은 장·단기 금리 역전차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원플러스예금은 12개월 만기 상품 금리는 3.62%인 반면, 24개월 만기 상품은 그보다 0.2%포인트 낮은 3.4%로 공시됐다.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역시 12개월 만기(3.6%) 대비 24개월(3.4%)/36개월 (3.45%)만기 상품 금리가 0.17~0.22포인트가량 더 낮다.
은행권의 이 같은 수신금리 하락세는 은행권의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등 시장 금리 하락세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작년 말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 나서던 은행권에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것도 금리 하락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은행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수신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자 은행권은 예금금리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은행권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빠르게 내려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기준금리(3.5%)는 2008년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높은 반면 은행 예금 금리는 정점을 찍는 것도 오래 가지 못한 채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일부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