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이 겹치며 투자자들의 선택이 양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예·적금을 중심으로 한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87조7606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0.7%(6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며 정기예금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 4일,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하루 거래량은 51조581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의 총 거래대금(약 15조원)의 3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1시 계엄령 선포 직후 전 거래일 대비 34%가량 하락한 8800만원 선까지 하락했지만, 빠른 속도로 반등했다. 예상치 못한 계엄령 선포에 국내 투자자들이 패닉셀에 나섰지만, 일시적 충격 뒤에 가격이 회복될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은 예·적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강화함과 동시에 높은 수익률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혼란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자금 수요를 현재로서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탓에 양극단에 있는 자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