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을 끝으로 초대형 IB(투자은행) 결산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모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 영업이익은 총 2조6318억원이다. 모두 영업이익 ‘1조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전년(6조1983억원) 대비 57.57%(3조5716억원) 급감했다. 앞서 2021년 KB증권을 제외한 초대형 IB 4곳은 모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그나마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증권사 대비 50% 넘는 감소율에 비해 방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업황이 위축된 IB부문에서 감소율을 최소화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IB 관련 수수료 수익은 3171억원에서 2.9% 줄어드는 데 그쳤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영업이익 5214억원, 578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59.70%(7725억원), 55.79%(7301억원)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44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2940억원) 대비 65.9%(8531억원) 감소했다. KB증권은 초대형 IB 중 영업이익 감소율이 가장 컸다. 지난해 KB증권 영업이익은 2450억원에 불과하다. 전년(8213억원) 대비 70.17%(5763억원) 감소했다.
이들 초대형 IB 수익성이 악화된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에 따른 금리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황 위축 등 대내외적인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2021년 증권사 실적을 견인했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 거래대금이 감소하며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909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27조2855억원과 비교하면 41.69%(11조3765억원) 감소했다.
이들 초대형 IB는 올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기조 등 대내외적인 요건이 나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채권과 함께 토큰증권발행(STO) 등 디지털 부문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PF, 기업공개(IPO) 등 증권사 수익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IB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일부 초대형 IB들은 채권자산에 대한 평가손익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 우량 채권은 일정 부분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지만 관건은 부실채권 여부다. 대표적으로 부실채권 우려가 큰 상품으로 부동산 PF가 꼽힌다. 현재 부동산 PF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IPO 시장은 실제로 올 상반기 대어급 IPO가 잇달아 연기 또는 철회되었으며 기대를 모았던 오아시스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참패하는 등 위축된 모습이다. 대어급 IPO는 대부분 초대형 IB에서 맡는다. 이번 오아시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IB부문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황이 회복되면 상반기 난항을 겪던 초대형 IB 수익성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자본시장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기자본에 여유가 있는 초대형 IB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약점을 보였다”며 “올해는 기저효과로 수익성이 회복된 곳이 많겠지만 예년 수준 이상으로 성적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