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경상수지가 본원소득 증가에 힘입어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데다, 방역 해제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증가해 서비스수지 적자 폭도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경상수지 역시 큰 폭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298억3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서비스수지가 감소했지만, 상품수지가 늘고 배당소득이 144억4000만 달러 늘어나며 본원소득수지가 228억9천만 달러 증가한 영향이다. 직전월 적자를 나타냈던 월 경상수지는 12월 기준 26억8000만 달러 흑자로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1년 전인 2021년 경상수지 규모가 850억 달러를 웃돌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무려 554억 달러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연간 경상수지 급감은 수입규모가 수출을 웃돌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감소(2021년 757억달러→2022년 150억달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수출 규모는 6904억6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역대급 규모를 나타냈으나 수입은 6754억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116억6000만달러(17.7%) 급증했다.
다만 지난해 본원소득수지는 전년 대비 34억4000만달러 늘어난 228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배당수입 등이 늘어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지난해 144억4000만달러(2021년 기준 95억8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지만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 주요국 성장세 둔화 및 정보기술(IT) 경기 하강 등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양호하다"면서 "상품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국장은 다만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는 일본과 독일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출 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여파로 올해 경상수지 역시 큰 폭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한은은 향후 경상수지가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 및 IT 업황 개선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국장은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수출 지역 및 품목 다변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