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김건희와 그들만의 '관저 오찬'...尹에게 득일까 독일까

2023-02-0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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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후’는 한 주간 정치권을 달군 뜨거운 이슈의 뒷(後)이야기를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펴보는 동시에 그 이슈와 연관된 인물(who)의 속마음도 다뤄보겠다는 중의적인 표현의 연재물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좀 더 친절한 정치 뉴스로 찾아가겠습니다. <편집자 주>

디자인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연일 정치권을 달구고 있습니다. 지난 설 연휴 직전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았는데, 대통령실 출입기자까지 대동한 공개 행사라 이목이 쏠렸습니다. 윤 대통령의 순방길에 동행하며 ‘퍼스트레이디(영부인)’ 면모를 자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전국 팔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김 여사가 마련한 ‘관저 오찬’ 자리가 화제입니다. 새삼스레 밥 먹는 자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윤 대통령 내외의 이른바 ‘관저 정치’의 대명사가 바로 식사 자리가 됐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지난해 11월 7일 서초동 자택에서 한남동 관저로 거주지를 옮긴 이후 정치권 인사들을 잇달아 관저에 초대하고 있는데요. 특히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관저 초대의 첫 주인공이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대통령) 관저에 가봤느냐’가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 이후 국내 인사를 초대한 공식 관저 식사는 11월 25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도부보다 사흘 앞서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과 한 비공개 만찬이 더 회자했습니다. ‘집들이’ ‘부부 회동’ 형식을 빌려 이뤄진 자리지만 비공개 초대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은 증폭됐습니다. 이어 같은 달 30일엔 친윤 당권주자 김기현의 3시간 독대와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심야 회동이 있었고 12월에는 한·미 군 수뇌부와 종교계 원로 초대도 이어졌습니다.

그 후 여당엔 ‘3월 전대’, ‘MZ세대 대표론’, ‘당권주자 면접설’이 움텄습니다. 다들 진원지는 관저 식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임기 초 관저 회동은 여의도에서 ‘윤심(尹心)’과 실세의 척도가 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유력 당권주자였지만 대통령실과 출산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은 나경원 전 의원은 “특별한 분들만 가는 것 같다. 갔다 와야지 (대통령에게) 낙점된다고”라고 비판할 정도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를 뒤로하더라도, 김건희 여사도 최근 잇달아 관저에 정가 사람들을 불러 식사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윤 대통령 없이 단독 오찬 일정을 연이어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달 2일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청와대 영빈관 신년 인사회에서 “여성 의원님들만 따로 한번 모시겠다”라고 했고 이를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여성 의원 10명을 관저로 초청해 오찬을 한 김 여사는 같은 달 30일에 국민의힘의 나머지 여성 의원 11명을 관저로 초청해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오찬에 참석한 여성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여사는 의원들의 자녀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일하는 여성의 ‘일·육아 병립’ 문제에 대한 평소 생각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또 윤 대통령과 결혼하게 된 과정 등도 소개하며 인간적인 친밀감을 높였다는 후문입니다.

김 여사는 의원들뿐만 아니라 지난 2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배우자들을 관저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습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대통령실 실무진급 직원들 30여명을 관저로 초대해 ‘도시락 오찬’을 가졌는데, 이러한 자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김 여사의 ‘관저 오찬’을 어떻게 봐야 할지 해석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진짜 용산 대통령실의 실세라는 억측도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점은 대선 직전 “앞에 나서지 않고 배우자로서 조용히 있겠다”고 한 생각을 접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관저 오찬뿐만 아니라 김 여사의 단독 공개 행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에는 한국 수어의날 기념식에 단독 참석해 수어로 인사를 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난달 31일에는 디자인계 신년 인사회에도 단독 참석해 신년 덕담을 했습니다. ‘조용한 내조’를 끝내고 연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건희만의 다양한 내조가 윤 대통령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문제는 이런 가운데 김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의혹 규명을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며 연일 화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칼날은 비단 김 여사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까지 향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관저 오찬과 부쩍 많아진 대외 행보가 자신을 위한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은 바빠진 김 여사를 수행하느라 버겁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가족 일정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은 만들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그것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기자들과 소통하겠다며 윤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도어스테핑’도 하루아침에 없앴으니, 보폭이 넓어진 김 여사를 감당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제2부속실 존재 여부를 떠나, 대통령 배우자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소리만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 여사가 대선 전 국민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 숙인 장면을 많은 국민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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