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외국인 유학생의 '반한' 정서 …무엇이 문제인가

2023-02-03 06:00
  • 글자크기 설정

[이병종 교수]



 
팬데믹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국제 여행이 활기를 띠고 한국으로 향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그룹이 날로 증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다. 필자가 학교에서 만나고 강의하는 유학생 숫자도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국에 오는 외국 유학생 수는 2014년 8만명 수준에서 불과 5년 후 2019년에는 두 배인 16만명으로 늘었다. 이 숫자는 코로나 3년간 정체되었으나 작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정확한 최근 통계는 아직 없지만 머지않아 정부가 목표한 2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 증가가 학교와 지역 경제에 재정적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가적으로는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이들이 체류 기간 동안 그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현지인과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서 결국에는 그 나라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지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 경제적 위치에 처하고 있는 이들은 귀국해서도 오피니언 리더가 되어 주변인들에게 자신이 체류했던 국가에 대해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국가가 중시하는 소프트파워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관리에 힘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 오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모두 친한파가 되어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정부와 대학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고 질적 내실을 기하지 못해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사회에서의 차별과 대학의 부실 운영, 그리고 정부 정책의 미비로 인해 이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감소하고 반한 정서가 팽배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2~4년간 한국에서 장기 체류한 중국인 학생 중 41%가 반한 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들의 반한 정서는 몽골, 베트남, 중국의 순으로 이어져 이 문제가 단지 중국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 중 44%는 중국, 24%는 베트남, 4%는 몽골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반한 감정이 외국인 유학생 대부분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장기 체류가 필수적인 학위 과정 학생의 비율이 2017년 58%에서 2021년 79%까지 치솟은 것을 생각해 볼 때 장기 체류자의 반한 감정이 높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체류가 1년 미만인 유학생의 반한 정서는 28%지만 3~4년 후에는 57%까지 오르고 가장 큰 이유가 이들이 경험한 차별감에서 발생된 ‘적대적 지각’이다.
이런 점은 가장 방대하고 체계적인 외국인 유학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윌리엄 풀브라이트(William Fulbright) 전 상원의원이 주도해 미국 국무성이 1946년 시작한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155개국 40여 만명의 외국인 장학생을 미국 대학으로 초청해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했다. 이들 대부분이 과거의 한국을 포함한 개발 도상국 출신이었으며 이들은 모국으로 돌아가 미국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그 나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도층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 특히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들이 귀국 후 오히려 반미 인사가 된 것은 우리에게 큰 반면교사가 된다. 미국 체류 중 미국 사회에서 만연된 흑인의 차별 대우와 사회 부조리를 목격한 그들이 미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호주를 들 수 있다. 호주의 대학들은 적극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재학생의 20%가 넘는 유학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4%에 비하면 큰 차이가 난다. 유학생은 석탄과 철광석과 함께 호주의 3대 수출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호주에서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인종 차별, 유학생 폭행 사망 사건 등은 이들 유학생들이 호주에 대해 심한 적대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호주 정부와 대학이 이를 시정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번 악화된 인식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경우도 매우 위험한 지경이다. 대학들이 취약한 재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다 보니 양적 팽창에만 신경 쓸 뿐 내실 있는 질적 향상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언어나 문화 차이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을 경우 수강할 수 있는 과목도 한국어나 한국 역사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영어를 구사하는 유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영어 강의도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이 밖에도 관리 부실로 유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불법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 추산에 따르면 약 1만명 정도의 유학생이 현재 불법 체류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많은 학생들이 애초부터 학업보다는 취업을 위해 입국했기 때문에 꼭 대학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이고 엄밀한 학생 선발을 했다면 이런 문제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충실하게 학업을 마치고 학위를 취득한 유학생의 경우에는 한국 내 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이들이 한국 기업이나 기관에 취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직 외국인 취업에 대한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유학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출신국에 대한 유형 무형의 자산을 활용한다면 한국이나 한국 기업을 위해 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선진국 출신의 유학생도 갈수록 늘 수 있다. 필자가 소속한 학교에도 최근 프랑스, 미국,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유학생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자비로 유학을 올 만큼 한국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이런 유학생들을 부실 관리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깎아 먹는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병종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