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을 운영 중인 12개 손해보험사 중 대형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를 포함한 7개사가 2월 말부터 보험료 2%대 인하를 본격화한다. 하지만 남은 소형사들은 인하 여력이 없어 동결로 가닥을 잡거나, 여전히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당정의 압박 속 대형사 중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이어지면서, 중소형사 고객 이탈에 따른 시장 양극화 현상이 극명해지는 분위기다.
3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는 2월 25~27일 책임개시 건부터 보험료를 2.0~2.5% 인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KB손보는 오는 25일부터 2.0%를, DB손보와 현대해상은 26일부터 2.0%씩 인하한다. 메리츠화재는 오는 27일 책임 개시 건부터 2.5%를, 삼성화재는 2월말 2%를 인하할 계획이다.
하지만 하위사인 나머지 MG손해보험·흥국화재·AXA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 등은 인하 여부를 놓고 해당 논의가 여전한 모습이다. MG·하나손보의 경우 보험료 동결로 가닥히 잡힌 상태며, 흥국화재·AXA·캐롯손보 등은 여전히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소형사들은 대형사 대비 가입자가 적고 사업비가 많지 않다 보니 한 번 사고 발생 시 손해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경향이 커 인하 여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손해율만 봐도 지난해 이들의 평균 손해율은 89.0~116.4% 사이대다. 회사별로 MG손보 116.4%, 하나손보 94.5%, AXA손보 89.7%, 흥국화재 89.0%를 기록했다. 손보사들은 통상 사업비를 고려해 '77~80% 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본다. 2월말부터 2%대 인하를 확정한 대형사들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손해율이 80.2%인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보험권은 대형사 중심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지속될 경우, 중소형사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져 자동차보험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통제로 대형사 중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진행될 때마다 중소사 가입자들 사이에서 '우리도 보험료를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자동차보험은 대부분 서비스가 비슷하고, 매년 갱신되는 특성상 보험료가 저렴한 대형사로의 가입자 환승 움직임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관련 사업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되면서 차량 이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정비요금 인상 등도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약 85% 수준으로 유지되는 반면, 중소형사는 △2020년 상반기 기준 10.3% △2021년 상반기 기준 9.6% △지난해 상반기 기준 9.1%로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