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암울한 무역 성적표…'100조' 적자 기우 아니다

2023-01-26 01:00
  • 글자크기 설정

무역적자 100억弗 돌파, 작년보다 가팔라

지난해 넘어 최대 적자 기록 갱신할 수도

상품·서비스수지 악화, 글로벌 악재도 산적

대중 수출 감소에도 中 리오프닝에 기대

지난해 12월 26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작부터 잿빛이다. 새해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벌써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대로면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약 58조원)를 넘어 또 다시 불명예 신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의 악재가 올해 내내 지속될 공산이 큰 탓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무역적자 100조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20일 만에 100억 弗 적자..."올해 더 안 좋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통관 기준)은 336억21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7%(9억3300만 달러)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8.8%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반면 수입액은 원유·가스를 중심으로 9.3% 늘어나 438억8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수출-수입)는 102억6300만 달러(약 12조6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새해 들어 20일 만에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472억3000만 달러(약 58조3000억원)의 21.6%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월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8월 적자 폭(94억3500만 달러)도 웃돌았다. 

이달도 며칠 남지 않아 무역수지 연속 적자 기록은 10개월째로 늘어날 게 확실하다. 10개월 이상 연속 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6년 만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더 안 좋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급감하면서 상품수지가 지난해 11월 기준 두 달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또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서비스수지 역시 한 달 만에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하반기 145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대로 내려온 것도 단기적으로 교역조건을 악화시켰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선통신기기(87.9%)와 승용차(62.3%)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을 보면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최소 올 상반기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겪는 시기"라며 "올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투자나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중 수출 악화일로…그래도 기댈 곳은 중국뿐 
국내 연구기관들은 올해 수출 여건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 발표를 통해 2월 수출 지수(91)가 1월(83)에 이어 100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역시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81.8로 지난해 4분기(84.4) 대비 2.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수출 경기가 냉랭하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이 악화하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4월 129억4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4% 감소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6월(129억6100만 달러)에 소폭 반등했다가 이후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그래도 결국 기댈 곳은 중국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크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워낙 큰 데다, 단기간 내에 수출 다변화를 이루기도 어려운 탓이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하고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것도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중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면 올해 우리 수출 전선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박석재 우석대 경제학부 교수(한국무역학회장)는 "지금까지는 중국에 코로나 변수가 있었지만, 리오프링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어려움이 유지되다가 하반기부터는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