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 나경원 "용감하게 내려 놓겠다"…與 당권 향방 어디로

2023-01-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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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에 굴복 않았지만 現정치현실 낯설어 물러남으로 앞날 비춘다면 또다른 전진"

김기현 "대승적 결단… 살신성인의 모습"…안철수 "함께 경쟁 원했는데 안타깝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문을 읽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나 전 의원 불출마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40여 일을 앞두고 당권 경쟁이 요동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 지지표가 어느 쪽으로 갈지 향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누가 당권을 거머쥘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25일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기자회견장에 진녹색 정장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미리 준비한 불출마 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는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불출마 압박을 받으며 사실상 '집단 린치'를 당했던 그간의 일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어떤 시련 앞에서도 저는 한 번도 숨지 않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웠다. 그런 저에게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오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의 심경이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두 명의 엄마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자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고 했던 솔로몬의 결정에 '진짜 엄마'가 아이의 목숨 만은 살려 달라고 했던 일화를 빗대어 당을 아끼는 마음에 표현한 것이다.

나 전 의원 측은 이 발언을 두고 "당을 아끼는 마음이 그런 심정이라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됐는데 당이 혼란스럽게 싸우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보이겠나"라고 해석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유력 당권 주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의원은 "살신성인의 모습"이라고 치켜세운 반면 안철수 의원은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대승적 결단을 하면서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였다고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반면 안 의원은 이날 '2030 청년특보단 정책미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로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원했던 것은 나 전 의원도 전당대회에 정정당당 참여해 함께 경쟁하며 당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그런 역할, 많은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역할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장을 내려놓음에 따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 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안철수 '양자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양측은 서로 나 전 의원 지지율을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에도 수차례 나 전 의원 측과 접촉했다. 다만 나 전 의원 측에선 출마가 확정되기 전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국 방향에 따라 '나 전 의원 지지세'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정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면 김 의원에게,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의견에 방점이 찍히면 안 의원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쨌든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장을 내려놓으면서 정치 인생이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정당 4선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과 당내 견고한 지지층을 내세워 집권 여당 대표 자리를 노려봤지만 후보 등록도 하지 못한 채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나 전 의원의 향후 정치적 행로가 관심사인데, 불출마 선언과 별도로 윤 대통령과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그가 불출마에 대해 '당의 화합' '총선 승리'를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점을 볼 때 전당대회 과정에서 일정 수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할 것을 알려졌다. 여권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점심을 함께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내홍 양상을 보이던 당내 상황을 다독이고,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당 차원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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