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은 경제적·지정학적 먹구름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애썼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추락하는 세계경제를 붙잡을 것이란 희미한 낙관론도 나왔다. 문제는 분열이다. 국제 열강이 보조금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 목소리가 다보스포럼에 울려 퍼졌다.
"中 리오프닝, 세계경제 성장 뒷받침"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중국의 다음 장(China's Next Chapter)' 세션에서 연사들은 중국의 리오프닝이 세계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연사들은 작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발발 초인 2020년을 제외하고 46년 만에 최악인 3%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들은 중국이 꽁꽁 닫았던 국경을 연 점에 주목했다. 중국인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닫았던 지갑을 활짝 열 것이란 기대다.
쑨제(Jane Sun) 트립닷컴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내 본토 여행이 팬데믹으로 하늘 길이 막히기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립닷컴 내에서 해외여행 검색이 급증한 점에 비춰볼 때 항공사들이 치솟는 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선 운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인 케빈 러드는 유럽의 경기 침체 위기, 미국의 불확실한 연착륙 여부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세계경제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은 중국 경제 성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드 회장은 “중국이 2023년에 5% 혹은 5% 이상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올해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분열이다. 마르코스 트로요 신개발은행(NDB) 회장은 중국이 직면할 가장 큰 단일 장애물로 ‘세계화에서 벗어나려는 유혹’을 꼽았다. 그는 “이는 중국이 피해야 할 문제이며 내 생각에 중국은 이를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조금 경쟁 중단해야” vs “IRA서 영감 얻어라”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은 국제 열강에 세계를 분열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작년(3.5%)보다 급격히 둔화한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리오프닝,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도가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들 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프렌드쇼어링 등 동맹국끼리 똘똘 뭉치면서 세계경제를 파편화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국제 열강에 대해 보조금 경쟁에 나서지 말 것도 촉구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한 정책을 고려하는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계획을 지적했다. 그는 “프렌드쇼어링을 얘기할 때 누가 친구인지 모르겠다”면서 “나는 아프리카 나라가 언급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특별 연설에서 “미국 IRA의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IRA에 담긴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조항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해서도 “자국 산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EU 기업들에 대해 중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다보스포럼 내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가들이 자국에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 것을 강력 촉구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해상 풍력 발전단지 개발업체인 덴마크 오스테드 AS의 매즈 니퍼 CEO는 다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IRA와 싸우는 대신 EU가 IRA에서 영감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모하메드 알자단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은 다보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달러 이외 통화로 원유 거래를 하는 방안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사우디를 방문해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안을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