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北上广深 떠난 청년들, 청두로 몰려가는 이유

2023-01-18 10:00
  • 글자크기 설정

인재·투자·정책 삼박자···혁신기업 청두行

"10위안 벌면 9위안 쓴다" 中 '소비메카'

메타버스 성지로 변신 중인 '삼국지 고장'

“베이징·상하이·선전에서 좋은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이제 청두로 몰려오고 있다. 청두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은 도시 후커우(戶口, 호구)를 취득해 주택 마련이나 자녀 교육 등 방면에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콘텐츠 스타트업의 왕 총경리는 지난 12일 청두 가오신구(高新區, 첨단과학기술구)에서 열린 한·중 기업가 교류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왕 총경리가 일하는 이 스타트업은 2021년 가오신구에 둥지를 틀어 각종 세제 우대 혜택을 누리며 어느 새 직원 100여명 규모의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실 왕 총경리는 ‘룽퍄오(蓉漂)’다. 룽퍄오, 청두를 뜻하는 ‘룽’과 떠돌다는 ‘퍄오’의 합성어로, 청두에 유입된 외지의 고급 인재를 일컫는 말이다. 베이징을 부평초처럼 떠도는 외지인이라는 뜻의 ‘베이퍄오(北漂)에서 파생된 신조어지만, 룽퍄오는 청두에 정착한 인재들이 후커우 등 사회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베이퍄오와 다르다. 

외지에서 고급 청년 인재가 몰려오면서 청두시 지역경제 발전에 활력도 불어넣고 있다. 청두시는 이제 ‘베이상광선청(北上廣深成)’이라 하여 기존의 1선 도시인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에 이은 새로운 1선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와 중국 과학기술부 횃불센터, 청두 가오신구 관리위원회 및 과기혁신국 주최로 우리나라 혁신 기업들이 청두를 지난 11~13일 2박3일 방문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 혁신기업 대표들이 지난 11일부터 2박3일간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사진=KIC중국] 

인재·투자·정책 삼박자···혁신기업 청두行

쓰촨성 청두시 가오신구에 위치한 창업혁신 기지 '징룽후이'. [사진=배인선 기자]

실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청두시 지역경제는 팽창 중이다. 청두는 지난해 지역 GDP 2조 위안(약 365조원)을 돌파하며 상하이·베이징·선전·광저우·충칭·쑤저우에 이어 중국에서 일곱 번째로 GDP 2조 위안 도시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청두시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IT, 바이오 등 첨단산업 중심의 신경제다. 2021년 청두시 신경제 산업은 18.5% 증가하며, 지역 경제 GDP의 4분의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신경제의 활력은 청두시 가오신구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중국 각 지역의 약 170개 가오신구 중 청두 가오신구는 종합경쟁력으로는 1위다.  

가오신구에는 전자IT·바이오의약·디지털경제 등 신경제 산업단지가 모여 있다. 2021년 말 청두시 가오신구의 신경제기업만 58만3000개로, 전년 대비 27.3% 증가했다. 이 중 유니콘 기업이 9개, 상장 혹은 상장 예정인 기업이 22곳이다. 청두시는 2025년까지 10개 선두 플랫폼 기업(빅테크), 30개 유니콘기업, 1000개 가젤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금도 청두 가오신구에 위치한 혁신창업단지 ‘징룽후이(菁蓉汇)’에서는 젊은 청년 인재들의 창업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징룽후이, 엘리트 청년들이 청두에 모인다는 의미다.  현재 가오신구에 유입된 인재만 약 70만명에 달한다. 

징룽후이 건물 외벽에 붙은 ‘과학기술은 제1생산력, 인재는 제1자원, 혁신은 제1동력'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기흥국, 인재강국’ 전략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쓰촨성 청두 가오신구 창업혁신 기지 '징룽후이' 건물에는 '과학기술은 제1생산력, 인재는 제1자원, 혁신은 제1동력'이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이 붙어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청두가 중국 혁신창업 기업의 요람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청두시 고급 인재 유치 전략이 뒷받침됐다. 청두 가오신구에 따르면 청두에 정착한 청년 고급인재에 최대 500만 위안 이상 주택 보조금, 최대 100만 위안 이상 창업지원금, 최대 500㎡ 창업공간 지원 등 우대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산업 투자 지원도 한몫했다. 2021년 11월, 청두시 가오신구는 향후 5년간 3000억 위안(약 55조원)의 산업펀드를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100억 위안 앤젤투자 모기금, 100억 위안 인재혁신 자금 등이다. 

인재가 몰리고 정책이 뒷받침되니 돈이 몰려왔다. 특히 지난해 제로코로나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었음에도 외국인 투자는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해 1~11월 청두시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24억1700만 달러(약 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증가했다. 중국 전체 평균 증가율 9.9%를 웃돈다. 같은 기간 청두시 신설 외국인 기업도 515개에 달한다. 청두시가 반도체·친환경·전자IT·디지털·바이오헬스 등 방면에서 외국인 기업을 적극 유치한 덕분이다. 

한국 기업인들도 청두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한 인공지능(AI) 기업의 중국지사 책임자는 “청두시의 인터넷 시청각 산업 발전 잠재력이 커 보인다”며 “청두에 조만간 인력을 파견해 현지 업체와 소통 협업하는 등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위안 벌면 9위안 쓴다" 中 '소비메카'

쓰촨성 청두시 타이쿠리 쇼핑몰을 찾은 청두 시민들. [사진=배인선 기자]

쓰촨성 청두시 관광명소인 콴자이샹쯔(寬窄巷子)에 여행객이 붐빈다. [사진=배인선 기자]

사람·기업·돈이 몰리는 청두시는 이미 중국 중서부 내륙의 ‘소비 중심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12일 저녁 찾은 청두시 최고 번화가 타이쿠리(太古里). 홍콩 부동산재벌 타이쿠그룹이 중국 본토에는 베이징·상하이·청두 딱 세곳에만 건설한 고급 쇼핑몰이다. 디올·구찌·루이비통 온갖 명품 브랜드 매장이 거리 양 옆에 즐비해 있다. 코로나는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젊은 청년들이 북적거린다. 지난해 11월 타이쿠리에는 프랑스 파리·일본 도쿄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루이비통 레스토랑도 오픈했다.

타이쿠리 바로 옆 IFS 쇼핑몰에도 마찬가지로 온갖 고급 명품 브랜드가 밀집해 있다. 루이비통, 디올, 지방시, 구찌, 보테가베네타, 샤넬 등 11개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IFS몰과 타이쿠리 두 곳에서 모두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최고급 백화점 SKP가 베이징·시안에 이어 제3호점을 청두에 오픈했다. '10위안을 벌면 9위안을 쓰는 게 청두 사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청두에서 만난 이병직 코트라 청두 무역관장은 “청두는 상하이만큼 소비 테스트베드 시장으로 매력적”이라며 “중부 내륙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은 이제 정저우(허난) 우한(후베이) 창사(후난)보다 청두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산업 인프라나 거주 생활환경이 잘 갖춰진 데다가, 약 40개 국가 영사관이 진출해 있을 정도로 외국인이 많이 모여있는 글로벌 도시기 때문이라는 것.

이 관장은 “청두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글로벌하다"며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과 어깨를 견줄 미래 발전 신 1선 도시”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성지로 변신 중인 '삼국지 고장'
 

쓰촨성 청두 [아주경제 DB]

사실 청두는 우리나라에선 '삼국지 본고장'으로 역사 문화 도시로도 잘 알려졌다. 이러한 풍부한 역사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대륙을 휩쓴 텐센트의 국민 모바일게임 '왕자영요(王者榮耀)'가 청두에서 탄생한 배경이다. 

특히 디지털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최근 급성장하는 메타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달 초 청두시 정부는 메타버스 산업 육성 정책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청두시는 2025년까지 1500억 위안 규모로 메타버스 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청두만의 특색 있는 메타버스 산업 클러스터와 기업을 육성하고, 산업·소비·의료·스마트도시 등 방면에서 메타버스도 적극 응용한다는 계획이다.

쓰촨톈푸신구 메타버스 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리쭝찬(李宗燦) 청두 메타버스 기업 신톈스제 최고경영자(CEO)는 "청두시 메타버스 산업은 현재 '백화제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청두를 중국의 메타버스 성지라고 표현했다. 쓰촨톈푸신구 메타버스 산업협회는 청두시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해 2021년 12월 중국 최초로 정부 주도로 설립된 메타버스 협회다. 
 
리 부회장은 "현재 청두에서는 관광명소나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 유제품 기업부터 농촌 토지 거래나 은행 등지에서 비즈니스를 메타버스와 접목해 디지털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두는 디지털 경제·과기혁신·디지털 문화 콘텐츠·소비 중심지인 데다가 정부의 비즈니스 친화적 정책 환경도 뒷받침된다며 "중국에서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도시"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