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 2일 KT 주식 31만6191주를 매각해 지분율이 9.99%로 떨어졌다. 국민연금의 KT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8년 4월(9.97%) 이후 약 5년 만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1월 KT 지분 12.68%를 들고 있던 국민연금이 1년 사이 2.7%의 지분을 매각하며 약 2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KT 지분 9.99%의 가치는 8481억원에 달해, 2020년 3월 말 구 대표 취임 당시 KT 지분 가치 7103억원(13.71%)보다 1300억원 이상 높다.
이는 구 대표가 취임 후 추진한 디지코 전략으로 통신 일변도였던 KT 사업 구조를 디지털 전반으로 다각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3년 만에 약 45% 증가시키고,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낸 것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한때 주당 1만9850원까지 떨어졌던 KT 주가는 지난해 8월 3만9000원에 달해 시총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는 국민연금의 KT 지분 가치가 떨어진 상태이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2022년 임단협에 따른 일시금 지출이 KT 4분기 영업이익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것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배당락일(12월 28일)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 디지코 전략을 확대하면 기존 주가를 충분히 회복할 모멘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T가 과거 낮은 주당순이익을 이유로 1.7~4.0%의 배당수익률을 보였던 것과 달리 구 대표 취임 후에는 2020년 5.3%, 2021년 5.9%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2020년 320억원, 2021년 45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은 명분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연기금 운용을 위한 기업 장기 수익과 주주가치 제고에 있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비록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을 받고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비슷한 형사처벌을 받고도 국민연금의 간섭 없이 회사를 운영 중인 기업 대표들도 많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주식토론방, 주식단톡방 등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와 SNS에선 3월 주총에 참가해 구 대표 연임에 찬성하고 국민연금에 반대하자는 KT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높은 실적에 따른 고배당을 선호하는 외인들의 연임 찬성표에 소액주주들의 찬성표가 합쳐지면 주총 표 대결의 향방을 가를 '조커'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이번 KT 경영참여는 절차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당시 국민연금은 자본시장 '10%룰(단기매매차익반환의무)'에 걸려 주주활동과 운용 수익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했고, 결국 연기금의 본래 목적인 운용 수익을 택한 바 있다.
반면 현재는 단기매매차익반환의무에서 국민연금은 예외가 되어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도 단기매매에 따른 차익실현 가운데 일부를 반환해야 할 의무가 없다. 게다가 이번 매각으로 국민연금의 KT 지분이 10% 미만으로 떨어짐에 따라 경영참여를 막는 족쇄가 완전히 없어지게 됐다.
한편 통신 업계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강철 KT 사외이사가 최근 회사 측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선 이 이사 사퇴 배경에 국민연금의 구 대표 연임 반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친야권 인사로 평가받는 이 이사가 자진사퇴함으로써 회사의 부담을 줄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