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양극화’는 경제적 약자를 구제하는 도덕적·복지적 의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경제가 얼마나 건강한지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로 기능하기에 다분히 경제 의제다. 동시에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기반이 약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제에서 ‘허리’에 속하는 중산층의 붕괴를 뜻하기 때문이다.
중산층 두께로만 본다면 지금 한국 경제는 건강하지 않다. 오히려 갈수록 병세가 악화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산층이 하위층으로 이동하며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11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중산층 이탈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중산층 비중은 2019년 47.1%에서 2020년 44.0%로 하락했다. 1년 만에 3.1%p 감소했다.
중산층이 무너지는 최대 이유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꼽힌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올라 가계 부담이 커졌고, 유동성이 대거 풀리며 중산층이 빚을 내 '내집 마련' 등에 나섰다가 기준 금리 상승 부메랑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소득 4분위 가구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17년 113.1%에서 지난해 143%로 4년간 29.9%p 상승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인 1∼2분위에서 금융부채 비율이 오름폭이 작거나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한은은 높은 물가 상승률에 부응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가계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정책·제도 방향성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각각 취약층 지원책과 세제 감면 정책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산층은 되레 이런 혜택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특정 계층에 집중하는 채찍과 당근을 넘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세밀한 정부 차원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되는 세제가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으로 고금리를 우려하던 주식 투자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고물가 대책은 미진하다. 정부는 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겠다며 소득세법상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세율은 고정돼 구간 이동이 되는 일부 납세자를 제외하면 실제 세금감면 혜택은 미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