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고향을 위해 저도 꿈을 공무원으로 정했어요. 그런데 또 아버지 따라서 야학봉사도 하게 되네요.”
충북 제천시 공무원의 ‘부전여전(父傳女傳)’이 화제다. 주인공은 제천시 김창순 자연치유특구과장과 김서진 교통과 주무관이다. 이들은 낮에는 시민을 위해 근무하고, 밤에는 정진야간학교에서 늦깎이 만학도들에게 무료 지식 나눔을 하고 있다.
김창순 과장은 “개교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야학은 1980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이 중 860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며 “한 명 한 명의 교육생들이 우리의 자랑이고 뿌듯함이다”고 말했다.
이들의 일과는 아침에 함께 시청에 출근하며 시작된다. 자연치유특구과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 과장은 점심시간을 쪼개 야학 관련 문의를 처리한다. 그는 부서장인 동시에 야학 교장을 겸임하고 있어 만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한편 김서진 주무관은 2022년 교통과에 신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김 주무관은 “야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9개월 정도 지나 아직 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며 “업무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수업에 대해 생각할 수가 없어 주말마다 개인 시간을 쪼개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해가 지면 이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하다. 저녁도 거르기 일쑤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하루도 쉬지 않고 수업받으러 나오는 학생들의 수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아빠는 과장에서 수학선생님으로, 딸은 주무관에서 국어선생님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24년 봉사를 하며 노하우가 있는 나와 달리 딸은 업무 숙지하랴, 학생들 가르치랴, 질문받고 답해주랴 아주 힘들 것 같다”며 “하지만 늘 밝게 학생들과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에 아빠로써, 공무원 선배로써, 교장 선생님으로써 정말 고맙고 뿌듯하다”고 부정(父情)을 드러낸다.
아침에 시청에서 헤어져, 저녁에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부녀의 길은 그렇게 다시 또 하나다.
이들은 “대를 이어 시민에게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공직생활에서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야학현장에서는 어려운 우리네 이웃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 부녀는 앞으로 다가올 야학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걱정한다.
이들 부녀는 “무료 지식 봉사로 강사료는 차치하고라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서적, 문구용품 등 운영상 재정적 어려움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정진야간학교’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로 우리 사회가 더 긍정적이며 밝아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진야학의 교육과정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 과정으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국사를 배울 수 있다. 수업시간은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두 과목,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이루어진다.
모집 대상은 연령제한 없이 초등학교 및 중학교 졸업자로 연중(수시)모집하며, 학생들의 수업료는 전액 무료(교재 무료 제공)이다. 수업 장소는 남현동 주민자치센터2층 (옛)동현동사무소, 제천시 의병대로29길 3이다. 자세한 문의는 정진야간학교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