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직접 투자 자금 유입을 노리고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야심차게 선보였던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1개월을 맞았다. 대부분의 ETF는 상장일 대비 순자산 총액이 줄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테슬라 단일종목 ETF는 테슬라 주가 급락에도 순자산 총액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29일 증시에 입성한 주식·채권 혼합형 ETF 6개 가운데 5개는 지난 27일 기준으로 순자산 총액이 상장일 대비 감소했다. 순자산 총액은 해당 ETF의 운용자산규모(AUM)로 볼 수 있다.
이들 ETF는 한국거래소의 규정 개정으로 새로 출시된 상품들이다. 기존 혼합형 ETF는 주식 10개와 채권 10개로 구성해야 했지만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되면서 자산 구분 없이 10종으로만 구성된 ETF 출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계좌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도 투자할 수 있어 은퇴자금을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출시 이후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순자산 총액이 일부 감소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 기술주가 포함된 ETF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약세장에 상품 마케팅에 나서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은 순자산 총액이 100억원에서 193억5100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달 들어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주가 급락분을 상회하는 자금이 테슬라 ETF에 몰려든 셈이다.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11월 29일 180.83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27일 109.10달러로 71.73달러(39.67%) 급락했다.
테슬라 ETF의 순자산 총액 급증을 견인한 주체는 개인이다. 개인은 지난 12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테슬라 ETF를 순매수했다. 출시일부터 27일까지 개인의 순매수 총액은 58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기관도 37억8000만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테슬라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테슬라를 담고 싶어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순자산총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 투자인 퇴직연금 투자의 특성상 주가조정이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인식도 순자산총액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