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마지막 탑승일인 27일을 앞두고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 환경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주식은 8%대 배당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에 '산타랠리'가 실종된 증시에서 배당주 투자야말로 따뜻한 연말을 보장할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배당수익률은 배당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하지만 배당수익률만 보고 무작정 투자했다가는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26일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위 20개 기업 평균치는 6.8% 수준이다. 기업별로 보면 △BNK금융지주 8.8% △금호건설 8.4% △효성 8.4% △DGB금융지주 8% △세아베스틸지주 7.9% △기업은행 7.7% △삼성카드 7.6% △우리금융지주 7.5% △LX인터내셔널 7.1% △JB금융지주 7% △TKG휴켐스 6.6% △코리안리 6.3% △삼성증권 6.1% △삼성화재 6% △GS 6% △기아 5.6% △KT 5.6% △HD현대 5.3% △스카이라이프 5.2% △에쓰오일 5.2% 등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와 자금 경색 리스크로 하반기 조정을 받은 BNK금융지주, 금호건설, DGB금융지주, 기업은행, 삼성카드,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코리안리,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은 최근 회복세에도 비교적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계열사 지원 등 배당 재원 감소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최근 반등에도 높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동성 리스크와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적은 종목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세아베스틸지주, 기아, KT, 효성 등이 대표적이다.
고 연구원은 “이들 종목도 주가 부진으로 배당수익률이 상승했다”면서도 “개별 모멘텀인 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접근할 종목군”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고배당 기대감에 투자자도 배당주로 몰리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50개 종목을 모아 놓은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지난 22일 2722.13으로 지난 10월(2438.12)보다 9.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7%보다 3배 이상 높다.
배당수익률은 최근 결산연보의 총 배당금(중간배당 포함)을 현재 주가로 나눈 후 100을 곱해 계산한다. 주로 배당수익률이 5%를 넘으면 고배당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금융지주는 기업 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환원하기 때문에 배당주 포트폴리오에서 단골 종목이다. 은행, 보험, 증권 등을 포함한 금융주도 대표적이다.
◇배당락 전후 포트폴리오 전략 꼼꼼히
투자자가 배당주에 투자하는 이유는 배당금과 함께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우선 배당을 받으려면 배당기준일까지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배당락일에 매도해도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배당기준일은 27일이며 배당락일은 28일이다.
만약 시세차익까지 고려한다면 배당락일 바로 직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상적으로 배당주는 배당기준일까지 주가가 오른 후 배당락일에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배당주 막차를 탈 때는 시세차익을 얻기 힘들다”며 “시세차익을 고려한 투자를 원할 때에는 배당기준일 1~2주 전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배당락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적합한 단기 투자전략으로는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쇼트커버(공매도 청산을 위한 주식 재매입) 마무리 시점이 정확히 배당일이 아니라는 점이 리스크다.
이철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쇼트커버 장세는 배당락 직전까지 나타난다”며 “공매도 잔액 감소 여부 등을 살피며 명분이 있는 쇼트커버 예상 종목을 추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추정치가 꾸준히 낮아지는 건 실적 희소성이 높은 종목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수 있는 얘기다. 또 높은 금리, 지수의 잠재적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저평가된 팩터도 포트폴리오 편입에 고려할 요소다.
이 연구원은 “이익모멘텀 팩터는 12월 중 바닥을 잡고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 이익성장률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실적 상향 종목에 대한 수급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일회성 배당금 이벤트 유의해야···금융당국 제도 손본다
기업들이 배당금을 확대하는 정책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사회적 가치 실천 여부가 중요한 경영지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상장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중 하나인 주주와 동반 성장을 내세워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해 나가는 모양새다. 배당금을 늘리는 것도 주주환원 정책 일환이다.
단,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배당금을 확대한 기업이라도 투자할 때 유의할 필요가 있다. 효성티앤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월 2021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만원을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전년 배당금이 5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배나 끌어올린 것이다. 배당금 총액으로만 2157억8450만원, 시가배당률 9.3%에 달했다.
명목상 깜짝 배당금의 배경은 역대급 실적이었다. 당시 효성티앤씨 매출은 전년 대비 66.5% 늘어난 8조596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1조4237억원으로 같은 기간 5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간 계열분리 작업과 지분 증여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자금에 대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시선도 있었다. 조 회장이 조석례 명회회장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000억원 이상 세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당시 효성그룹 전 계열사에서 배당 확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계열사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겼다. 효성티앤씨 지분을 14.6% 보유하고 있던 조현준 회장은 배당금으로만 세전 기준 316억원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배당 절차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없애고 선진화를 위해 배당정책을 손보고 있다. 현재는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고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배당기준일에 앞서 배당액을 정하는 등 배당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포함한 배당제도 개편안은 이르면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를 통해 “투자자로서는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를 하고 몇 달 뒤 이뤄지는 배당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글로벌 배당주 펀드 매니저들은 한국 배당주에 대한 투자를 '깜깜이 투자'라고 평가절하하며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