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기존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기준금리는 기존 마이너스(-) 0.10%로 동결하되 장기금리 상한선을 기존 0.25%에서 0.5%로 인상했다. 사실상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미국 등 서방과의 기준금리 차가 줄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완화의 핵심은 수익률 곡선 제어(YCC)이다. BOJ는 YCC를 통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를 0.25% 아래로 제한해 왔다. 만약 국채 금리가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상회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BOJ는 국채를 대거 사들여 금리 상승을 억눌렀다.
헤지펀드들은 올해 BOJ가 결국에는 YCC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베팅하면서 일본 국채를 대거 공매도했다. 사실상 BOJ가 한발 물러난 셈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했던 BOJ가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다. BOJ가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일본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BOJ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금융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장기금리 변동 허용폭을 0.5%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는 고수했다.
아울러 BOJ는 장기 국채 매입액을 기존 월 7조3000억엔에서 월 9조엔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매입 예정액도 더 탄력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BOJ의 금리결정 발표 후 엔화 매수세에 불이 붙으면서 엔화 가치는 장중 133엔=1달러로 상승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 2013년 취임한 이래 대규모 통화정책 완화를 고집해왔다. 2016년에는 장단기금리를 조작하는 YCC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올해 들어 무서운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린 가운데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 미-일 금리차는 크게 벌어졌다. 일본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지난 10월 엔화 가치는 151엔=1달러까지 폭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는 그간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수준에 육박하는 등 정부와 일본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엔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전기료, 신선 식품 등 전 부문에 물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