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의 이자 부담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높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연말·연초 랠리를 기대하고 빚투에 나선 투자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부분 증권사의 이자율이 10%대를 뚫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1903억원으로 집계됐다. 소폭 줄어들었던 신용융자 잔액이 다시 3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이달 7일엔 17조3465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9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17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과 연말 효과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 연말에는 소비 증가로 인한 기업 매출 상승 기대감으로 증시가 일시적으로 오른다.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은 다른 업권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이달 기준 신용공여 이자율은 기간에 따라 회사별로 다르지만 삼성증권을 제외하곤 10%를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율이 또 인상될 예정인 만큼 빚투 투자자들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내년 1월 4일부터 QV와 나무 계좌 신용융자 이자율을 높인다. QV 계좌 구간별로 각 40~50bp(1bp=0.01%포인트), 나무 계좌 구간별로 50~100bp 인상한다. 나무 계좌는 8~15일과 16~30일은 10.4%를 적용하고 31~60일, 61일 이상 구간은 10.9%에 달한다.
KB증권도 내년부터 프라임센터 주식매매수수료 우대계좌 1~7일 이자율을 20bp, 8~15일 이자율을 30bp 인상한다. 신한투자증권도 일반계좌 신용융자 이자율을 10~25bp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91~300일 구간은 10.00%가 적용된다. 삼성증권은 이달 30일부터 신용·대출 연체 이자율을 '적용 이자율 3.0%' 또는 '9.0%'에서 '적용 이자율3.0%' 또는 '11.0%'로 인상한다.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면서다. 1월 1.2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달 3.25%까지 올라간 상태다. 증권사들도 조달 금리가 높아지면서 신용융자 이자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본금리로 한 뒤 여기에 가산금리를 얹어 신용융자 금리를 결정한다. 많은 증권사가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 말 1.29%에서 지난 16일 4.03%로 훌쩍 뛰었다.
지난달 이미 신용융자 이자율을 높여 이달 이자율 변동을 예고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내년엔 이자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한 만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 금리도 높아지고 있다"며 "수신 기능이 없는 만큼 현실적으로 이자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