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02조66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2월(910조1049억원)보다 7조4379억원(0.8%) 감소했다.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도 지난 10월까지 1251조8047억원을 기록해 작년 말(1261조4859억원)보다 9조6812억원(0.8%) 감소했다.
지난 2003년 10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예금은행은 물론, 예금취급기관 기준으로 연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대출 감소 추이는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주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만 보더라도 지난 15일 기준 693조646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709조529억원)보다 15조4060억원(2.2%) 줄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은행과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1년 4개월 만에 2.75%포인트 뛰었다. 이에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4% 중후반에 머물렀던 주담대 및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최근 8%에 육박했다. 이에 차주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빠르게 상환하기 시작하고 있다.
자산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점도 한몫했다. 코로나 충격 이후 빚어진 '제로금리 시대'에 부동산·주식·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2020년까지 활황기를 보냈으나, 금리가 빠르게 올라서면서 위험자산 시장으로의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자산시장으로의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대출 수요도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당국은 12월 중순이 넘어서도록 주요 시중은행들에게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주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주식 가격 급등세에 레버리지 투자를 관리해 온 당국이지만, 올해 역성장하는 대출 성장세에 이 같은 관리 메시지가 사실상 필요가 없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