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와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패닉 바잉(공황 매수), 한국만의 전세문화가 만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갭투자(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방식) 시대가 빠르게 종식되고 있다. 서울에서 70%, 일부 지방의 경우 100%를 넘어서기도 했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서다.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 소액으로 부동산 자산 축적을 가능케 했던 갭투자 방식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부동산 시장 침체기의 골을 더 깊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과 지방의 전세가율은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천의 경우 2020년 11월 전세가율은 73.2%였지만 지난달에는 66.9%로 2년 만에 6.3%p나 떨어졌고, 같은 기간 경기지역은 72.1%에서 65.1%로, 강원은 81.1%에서 75.4%로 떨어졌다. 외지인 투자가 활발했던 대구(72.3%→71.7%), 부산 (66.3%→64.1%), 제주(63.1%→60.6%)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집값 상승기에 전세를 끼고 불과 수백~수천만원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뒤 시세 차익을 노렸던 집주인들로서는 전세가율 하락에 비명을 지르고, 무엇보다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지게 됐다.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1862억원으로 10월보다 22% 늘었다.
올해 들어 경매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 역시 전셋값 하락과 각종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릴 통로가 막힌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건수는 지난 1월 1253건에서 지난달 1904건으로 52% 증가했다. 경매절차에 돌입하면 임차인은 보증금액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돼야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3.1%(1월)에서 83.6%(11월)로 크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