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보험권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는 현재 상황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리스크까지 겹칠 경우 보험업계 유동성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석호·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국내 보험사의 최근 금융여건 평가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 연구위원은 "과거에 판매됐던 저축성보험에 대한 보험금 지급 수요증대, 기존 계약 해약 증가 등 향후 보험사의 유동성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런 상황 속 보험사의 기업대출 중 전통적인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 대출로 여겨지는 부동산PF대출이 최근 수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신용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권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한 43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조3000억원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권의 PF대출 잔액이 28조3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 26조7000억원, 저축은행 10조7000억원, 증권사 3조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보험권의 부동산PF 규모가 44조원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험권 PF대출의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3.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이는 전체 대출 연평균 증가율(6.0%) 대비 약 3.9배, 기업대출 연평균 증가율(11.0%) 대비 약 2.1배에 달하는 수치다.
업계는 타 금융권과 다르게 보험권에 대한 별도 PF대출 규제 한도가 없어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은 신용 공여 총액의 20%, 증권사는 투자한 자기자본의 30%, 여신전문금융사는 여신성 자산의 30%까지 PF대출 한도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장기 계약을 통한 장기성 자산이란 특성으로 인해 다른 금융권 대비 별도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사에 대한 규제 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별도 규제가 없어 PF 대출이 보험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국내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어 다른 업권 수준으로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부동산 경기의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미분양 리스크에 따른 보험사 PF대출 부실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