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보험업계 희망퇴직 움직임이 예년만큼 감지되지 않는 분위기다. 내년부터 적용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인력조정을 이미 단행한 바 있지만, 새 제도 도입 초기 퇴직금 등 현금 지출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4일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에 따르면, 양사는 내년 1월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KB생명 + 푸르덴셜생명) 출범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B생명 관계자는 "올초 합병을 앞두고 일부 인력들의 자발적 이탈도 있었고, 지난 6월 푸르덴셜생명이 GA(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를 출범시키면서 푸르덴셜생명 일부 직원들이 해당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상황"이라며 "인위적인 인력조정이나 희망퇴직 계획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해 같은해 희망퇴직을 진행한 신한라이프(오렌지라이프 + 신한생명)도 올해는 해당 계획이 없는 상태다. 신한라이프 측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지원자 등 250여명의 대규모 인력 조정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대상자는 한국나이와 만근속연수 합이 60 이상인 경우며, 최대 37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최근 보험권 유동성 우려를 불러일으킨 흥국생명도 희망퇴직 계획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금조달 및 재무건전성 우려가 상존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이 있었지만,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흥국생명 계열사인 흥국화재도 지난 5월 창사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어, 연말연시 추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흥국화재는 당시 신청자에게 최대 연봉 24개월치와 3000만~4000만원의 별도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로의 자회사 편입이 결정된 메리츠화재도 인력 감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희망퇴직은 장기적으론 고정비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지만, 퇴직금 지급 등 단기성 비용 부담이 커 해당 조치 직후 실적 및 보유자산 등이 하락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IFRS17 도입 초기, 현금을 최대한 끌어안고 있어야 하는 상황 속 단기성 자금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며 "아울러 IFRS17 도입 전 인력조정을 이미 진행해왔던 영향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여력이 우수한 대형사들의 인력구조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관련 업계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보험부채가 시가 평가로 확대돼 과대 평가됐던 보험료 수익이 축소되는 등 IFRS17 도입에 따른 업황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자금여력이 있는 대형사들의 경우 중장기 구조 개선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