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는 합성생물학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하는 등 기술 패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지난 9월 바이든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국가 생명공학·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바이오 산업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정부도 지난 10월 대통령 주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국가 미래 먹거리인 12대 전략 기술을 선정하며 여기에 합성생물학(첨단바이오)을 포함시켰다.
합성생물학이란 생명과학에 공학적 기술 개념을 도입,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용된 mRNA 기술이 합성생물학의 대표적인 사례다. 합성생물학을 도입하면 생물 연구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는 속도·규모·불확실성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약·에너지·화학·농업 등 바이오 관련 산업에 경쟁력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인공지능, 로봇, 부품 모듈화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세포 설계와 유전자 합성 등을 자동화·고속화·대량화할 수 있는 첨단 바이오 생산 거점을 말한다.
이번 정부 전략에는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6대 전략분야 집중 육성 △합성생물학 핵심 인프라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합성생물학 발전을 위한 법·제도 정비와 인력양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2024년부터 총 4년에 걸쳐 3000억원 규모로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합성생물학 연구진흥과 지원에 관한 법률'을 입법 발의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를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합성생물학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미국) 대비 90% 달성하고, 향후 10년 내로 제조산업의 바이오 전환을 30% 달성할 것"이라고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KAIST에 전문 대학원을 신설하는 등 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강화해 2030년까지 합성생물학 전문인력 1000명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이날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수원 광교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바이오 파운드리 'CJ 블로썸 파크'에 방문해 CJ의 바이오 사업 현황을 공유받고, 바이오 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국가 주도의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행사에는 CJ제일제당, GS칼텍스, 제노포커스 등 국내 주요 바이오 업체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서울대, KAIST 등 출연연과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가 전략의 현장 적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석환 CJ제일제당 BIO기술연구소 소장은 "1966년 국내 최초로 미생물 발효 공정에서 MSG를 만들어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기준 바이오 사업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거두는 등 국내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며 "그린 바이오(식품), 화이트 바이오(화학 및 플라스틱), 레드 바이오(약 및 유전자) 등 세 가지 바이오 산업을 모두 전개하며 합성생물학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합성생물학의 핵심인 바이오 파운드리가 성공하려면 개별 회사가 이끌어나가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장관은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바이오 분야가 직면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바이오 대전환 시대에 합성생물학 기술이 새로운 진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며 "이번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합성생물학과 바이오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