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임을 증명하듯, 우비 위에 붉은 담요를 두른 채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유호재 씨(20세)가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쌀쌀하고 비도 오지만 수능도 끝났고 함께 응원하며 그 열기를 즐기기 위해 왔어요.” 유 씨가 ‘치맥’과 함께하는 따듯하고 아늑한 ‘집관’ 대신 비 오는 겨울 광화문 광장을 선택한 이유다.
추위가 막지 못한 붉은 악마는 비단 유 씨뿐이 아니었다. 28일 오후 7시께 광화문 광장에는 한국의 승리를 염원하는 인파가 속속 모여들었다. 아직 경기는 3시간가량 남았지만,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전광판 앞에는 이미 붉은색 옷 위에 비옷을 입은 시민이 다수 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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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은 유 씨처럼 비옷 위에 두건을 둘러쓰고 응원에 열중하고 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첫 겨울 월드컵으로 진행된다.
다른 월드컵 때보다 낮은 기온에 쏟아지는 비까지 응원단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괘념치 않았다. 이들은 우비와 두꺼운 겉옷으로 무장한 채 ‘집관’ 대신 거리로 쏟아져나와 대한민국의 첫승을 응원했다.
두꺼운 패딩 점퍼 위에 하얀 우비로 무장을 한 채 광화문 광장을 찾은 손하은 씨(27세·여)와 김민주 씨(27세·여)는 궂은 날씨에 응원을 나온 배경을 묻자 “대한민국의 승리를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 우린 애국자다”라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춥지는 않냐는 질문에는 격양된 목소리로 “춥지 않다. 오히려 너무 덥다”고 입을 모은 그들은 울려 퍼지는 응원가 소리에 폴짝 뛰며 “어떡해 너무 신나”라고 말하는 등 연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붉은 악마를 표현하기 위해 빨간 우비를 입었다”고 말한 성진호 씨(22)는 악조건 속에 광화문 광장을 찾은 이유를 묻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응원이 한국의 승리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렸던 지난 24일과 비교하면 그 수는 적었지만, 대한민국의 승리를 염원하는 마음은 수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 가나의 예상 경기 결과를 묻는 말에 “2대1로 대한민국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1대 0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모든 이가 ‘대한민국의 승리’를 강하게 열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경기 시작이 한 시간 남짓 남은 오후 9시께 빗속을 뚫고 붉은 악마들이 일제히 "대~한민국"을 외쳤다. 승리를 염원하는 이들의 열정은 내리는 비를 증발시킬 만큼 무척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