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이코노미 항공권이 450만원?…국세청 등 정부부처 국외출장 항공권, 최저가의 최대 3~4배

2022-11-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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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등 정부 부처 공무원이 공무 해외출장을 가면서 지나치게 높은 항공료를 지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018년 GTR(정부항공운송의뢰) 제도를 폐지하고 주거래 여행사 제도를 운영하면서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시 저가항공 탑승을 유도했지만, 실제 저가항공 탑승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아주경제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올해 하반기 주요 정부 부처 공무원의 국외 공무 출장시 항공권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일 노선 기준 항공료가 최저가 항공권의 최대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국세청 공무원 6인(고위공무원 2인, 일반공무원 4인) 및 통역사 2인 등 8인은 OECD 국세청장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6박 7일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해당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국세청 공무원 4인은 대한항공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권료로 인당 449만원을 지출했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동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난 비즈니스석 탑승 대상인 국세청장의 항공료 515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거의 같은 일정을 동행한 통역사 2인이 지불한 해당 구간 이코노미 왕복 항공료 268만원과 비교하면 150만원이 넘게 비싼 요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의 대한항공 인천-시드니 노선의 각 등급별 운임표를 입수한 결과 비즈니스석은 등급에 따라 387만7000~498만2500원, 이코노미석은 157만7000~404만9500원으로 나타났다. 즉, 해당 공무원은 비즈니스 항공권 상당의 비용으로 이코노미석을 끊은 셈이다.

국세청은 해당 공무원은 대한항공 이코노미석 중 가장 높은 등급인 Y좌석을 구매했는데 출장 일정이 변경돼 다시 예약하는 과정에서 좌석 공급 문제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 시드니 항공권은 항공권취소 수수료 20~30만원이 포함된 가격으로 실제 결제한 항공권 금액은 420만원 정도”라며 “다만 같이 동행한 통역사들은 일찌감치 선 예약해 좀 더 낮은 비용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국세청 외에도 다른 정부 부처들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본지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경찰청 등 주요 정부 부처의 미국, 유럽, 캐나다, 아시아, 호주등으로 국외 공무 출장시 항공권료 지출내역과 해당 구간의 최저가 요금을 비교해 보니 공무원들은 최저가 요금 대비 적게는 1.5배, 많게는 3~4배 가량의 항공료를 지불하는 사례가 수두룩했다. 

실제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항공의 프랑스 파리 왕복 이코노미 항공권은 최저가 기준으로 100만원대 초중반에서 200만원대 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대부분의 부처는 동일 노선의 항공권료로 200만원대 중후반에서 400만원대를 썼다. 국세청의 경우 파리 이코노미 왕복 항공권으로 최대 524만원까지 지불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캐나다 지역의 왕복 이코노미 항공권 역시 일정에 따라 200만원~3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지만, 정부 부처에서 이용하는 미주 이코노미 항공권은 대체로 500만원이 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캐나다 오타와 이코노미석 요금으로 700만원 넘게 지불한 사례도 있었다.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하면 40만~5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싱가포르 왕복 항공권에 정부 부처 상당수는 100만~2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 GTR 폐지됐지만 “저비용항공사 이용 사례 거의 없어”

문제는 정부가 저비용항공사 이용 등 항공권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4년전 GTR제도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공무원이 이용하는 항공권료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데 있다. GTR은 공무원의 국외출장시 자국적 항공기를 이용하도록 대한항공·아시아나와 계약해 운영하는 제도다. 하지만 일반 항공권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대한항공 등 국적기 항공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라는 지적이 일며 GTR 제도 도입 40년 만인 지난 2018년 폐지됐다.

GTR제도가 폐지된지 4년이 지났지만 기획재정부, 국세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대부분의 정부부처들은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는 사례는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 정부 부처의 해외항공권 경비를 담당하는 공무원 A씨는 "일부 해당 항공권이 없을 경우 외항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공무원의 80~90%는 여전히 대한항공을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GTR제도를 폐지하면서 그 대안으로 주거래 여행사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들 여행사들이 정부 부처를 상대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개 남짓한 대형 여행사가 각 부처의 주거래 여행사로 지정돼 있는데 이들 여행사가 사실상 정부부처 항공권 해외발권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당초 주거래 여행사 취지에 맞는 합리적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정부부처의 주거래 여행사는 조달청의 입찰 등을 통해 해당 여행사가 정해지는데 소수 대형사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여행사 입장에서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코노미석 내 비싼 등급의 항공권 예약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한 공무원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공무원은 국외항공권 구매시 합리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구매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실제 공무원 스스로 항공권료를 절감하려는 노력은 미미하고 정책적으로도 고가 항공권 구매를 통제하는 수단은 사실상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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