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조절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경기 침체다. 연준이 올해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의사록에는 경기 침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11월 의사록에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인플레이션을 짓누르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끝까지 고수했다가는 미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을 것이란 긴장감이다. 그간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연준 내부로도 확산한 것이다.
11월 의사록은 “참석자 과반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둔화가 조만간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1월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꺼낸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FOMC 위원 다수는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넘나들며 쉬지 않고 올린 긴축의 누적 효과가 경제와 물가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필요성에 공감했다. 통화정책 효과가 미치는 시차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올해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일부 위원들은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금융 시스템 불안정 혹은 궤도 이탈 위험을 높였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FOMC 회의 참석자들의 금리 결정을 위해 경제 상황 및 전망을 보고한다”며 “이는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이달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내년에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65%(중간값)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11월 FOMC 회의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침체가 올지 안 올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온다면 불황이 얼마나 나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을 11월 단행한 0.7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낮출 것으로 본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75.8%에 달한다. 12월 빅스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의사록에서 참석자들은 더 높은 최종 금리를 예고했다. 위원 다수는 "목표(2% 물가 상승률)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은 과거 전망한 것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내년 5월 미국 기준금리가 5~5.25%에 달할 것으로 보는 가능성은 전날 42.5%에서 이날 38.7%로 소폭 내려가는 수준에 그쳤다.
의사록에는 매파 위원들 목소리도 담기며 향후 매파와 비둘기파 위원 간 갈등도 예고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약해지고, 금리가 (경제성장에) 제약적인 영역에 진입했다는 명확한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연준 당국자들은 어느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덜 통합돼 있다”며 “어떤 위원들은 5% 수준에서 멈추기를 원하지만 다른 위원들은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고 전했다. 앞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5~7%로 제시해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