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진구 "'동감' 리메이크, 배우로서 욕심났다"

영화 '동감'에서 '용' 역을 맡은 배우 여진구[사진=고고스튜디오]

"제가 17살 때 같은 나이인 '화이'(영화 '화이')를 연기했던 것처럼 20대가 가기 전에 또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청춘 로맨스' 장르였으면 하고 바랐고요. 배우로서 욕심이었어요. 그걸 '동감'으로 이룰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1997년생인 여진구는 영화 '새드무비'(2005)로 데뷔해 벌써 데뷔 17년 차 중견 배우가 됐다. 데뷔 후 시대극·사극·범죄·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여러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제 나이에 꼭 맞는 청춘 로맨스 장르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여진구에게 2000년 개봉작 '동감'의 리메이크 소식은 '운명' 같았다. 평소 좋아하던 영화인데다가 같은 나이 또래인 캐릭터를 연기해볼 수 있었고 '로망'으로 여겼던 1990년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영화 '동감'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마음껏 '동감' 속 세상을 뛰어다녔다. 가장 원하던 방법, 가장 원하던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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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분들께서는 제가 '동감'을 모를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깜짝 놀라면서 네가 '동감'을 어떻게 아느냐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1990년~2000년대 영화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 시대를 동경하기도 하고요. 원작은 일찍이 본 상태여서 리메이크 소식에 입이 떡 벌어졌죠."

영화 '동감'에서 '용' 역을 맡은 배우 여진구[사진=고고스튜디오]

영화 '동감'(감독 서은영)은 1999년의 '용'(여진구 분)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 분)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 중 여진구는 사랑을 꿈꾸는 95학번 '용' 역을 맡았다. 어느 날 우연히 소통하게 된 2022년의 '무늬'의 과제를 도와주며 인연을 맺기 시작해 연애 상담까지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는 '무늬'의 조언에 용기를 얻어 첫눈에 반한 신입생 '한솔'(김혜윤 분)에게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한다.

"영화를 보는데 '용'에게서 자꾸 저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한 가지에 꽂히면 과몰입하는 편인데 '용'이도 무모하게 사랑에 돌진하는 모습이 어딘지 닮아있었어요. 친구들이 '속도 좀 줄여' '천천히 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용'의 모습을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저는 '용'이 아주 일상적인 인물처럼 보이길 바랐는데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너무 신경 안 썼나' 싶기도 했어요. 너무 크게 웃더라고요. 관객분들이 놀라시면 어쩌죠? 제가 저렇게 입도 크고 이를 훤히 드러내고 웃는지 몰랐어요."

일찍이 아역 배우로 데뷔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간 그는 배우 아닌 인간 여진구로서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사랑에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보다 많은 감정을 이해하고 깨쳐나간 것이었다.

"사랑을 해 본 경험은 극 중 인물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줘요. 사람을 이해하고, 상황을 이해하는데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영화 '동감'에서 '용' 역을 맡은 배우 여진구[사진=고고스튜디오]

영화 '동감' 속에는 그 시절, 그 감성이 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의상부터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극 중 '용'의 휴대폰이 참 낯설더라고요. 스타텍(휴대폰)을 사용했는데 제작진분들께서 '진구 씨 그 휴대폰은 안테나를 뽑고 (전화를) 받아야 해요'라고 알려주셨어요. 꿈에 그리던 그 시절 소품들이었는데 제가 잘 사용할 줄 모르더라고요. 하하."

문제는 또 있었다. 극 중 인물들의 1990년대 스타일링이 촌스럽지 않고 멋스러웠다는 점이었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며 1990년대~2000년대 패션이 큰 인기를 끌며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유행했던 브랜드나 디자인들이 '요즘' 스타일이더라고요. 옷이 너무 예뻐서 문제가 됐어요. '너무 요즘 느낌이 들면 어쩌지' 걱정도 했었죠. 감독님과 의상팀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에 그 시절 느낌을 많이 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동안 김윤석, 조진웅, 설경구, 이정재, 정우성, 이민기 등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여진구는 이번 작품으로 오랜만에 또래들과 연기하게 됐다.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재밌는 현장'이에요. 선배님들과 함께하든, 또래들과 함께하든 상관없이요. 현장 가는 게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다만 이번에는 또래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제가 조금 더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어려워하거나,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랐어요. 다행히 모두 성격이 좋아서 재미있고 즐겁게 찍을 수 있었어요."

영화 '동감'에서 '용' 역을 맡은 배우 여진구[사진=고고스튜디오]

영화 '동감'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극 중 '용'과 '무늬'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만나게 되고, 서로를 향한 응원을 전한다.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지만 배우 여진구에게는 숙제 같은 신이었다. 바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용' 역시 중년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분장을 두고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어린애가 중년 남성으로 분장했다는 느낌이 들면 몰입을 깰 테니까요. 영화 속 분장보다 나이 들어 보이게도 해보고, 더 젊은 느낌으로도 (분장) 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과하지 않게' 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 내렸죠."

여진구는 그 '사건' 이후 '용'의 삶에 주목했다.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야만 다시 만난 '용'의 모습도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용'은 그 뒤로 어떻게 지냈을까요? 실마리가 잡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은 했을지, 몇 번째 책을 발간한 건지 상상했죠. 나름대로 생각한 결론은 '용'이 절절하게 '한솔'을 사랑했지만, 누구나 그렇듯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되었을 거라는 거예요. 통신에서 만나게 된 20대 청춘에게까지 마음 쓸 수 있을 정도로 여유도 생겼을 거고요. '용'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통해 20대 청춘인 '무늬'도 조그마한 위로를 받았으면 했어요."

영화 '동감'에서 '용' 역을 맡은 배우 여진구[사진=고고스튜디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여진구는 예비 관객들에게 "오래오래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기기도 했다.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간식처럼요 쉽게, 언제든 열어 볼 수 있었으면 해요. '동감'이 많은 분에게 편한 친구처럼 다가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