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시가격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공시가격 기준이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주택의 가치에 대해 현실화라는 이름으로 가격 구간을 두는 것 자체가 납세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고 조세형평성을 크게 해치는 것입니다.”(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집값이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속출함에 따라 당초 72.7%로 계획돼 있었던 2023년 현실화율을 69.0%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올해 현실화율은 71.5%다.
국토교통부는 22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공청회’를 열어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4일과 이날 두 차례의 공청회의 의견을 수렴해 이달 안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유 교수의 제안을 적용하면, 주택 가격대별로 △시세 9억원 미만 68.1% △9억~15억원 미만 69.2% △15억원 이상 75.3%으로 조정된다. 올해와 비교하면 현실화율 9억원 미만은 1.3%포인트(p),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15억원 이상은 각각 5.9%p 낮아진다.
토론자들은 집값 하락에 대한 정책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잦은 공시가격 현실화 기준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부동산 공시가격 폐지를 주장해 온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공시가격이 실거래를 추월한다는 것은 시세가 틀렸거나, 현실화율이 틀렸거나 둘 중 하나”라며 “불투명한 공시가격 기준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위원(감정평가사)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부동산공시법)’에 명시된 ‘적정가격’의 기준을 언급, “법률에는 시세 반영 얘기는 없다”면서 “안정적인 지표를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것이지 정권에 따라, 부동산 시황에 따라, 현실화율을 조정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주종천 가람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결정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최근 경제가 급변하고 있고, 하락세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게 됐다”면서 “공적 지표인 만큼 균형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