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YS 추도식 추모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며, 그의 치적인 군부독재 종식과 금융실명제 실시를 특히 높이 평가했다.
김 의장은 특히 당시 재무부 세제총괄심의관이던 시절을 회상하며 "대통령님의 명을 받아 금융실명제 도입을 주도했다"며 "대통령님께 미리 사표를 제출해놓고 과천 비밀 아파트에서 먹고 자며 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실명제로 큰 손해를 본 장인어른께서는 그날 이후 저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저는 대통령님을 원망하지 않는다"며 "역사적 위업을 대통령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으로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김영삼 정신을 생각합니다. 대도무문, 김영삼式 큰 정치가 그립다"면서 "마지막 유훈인 '통합과 화합'의 뜻을 받들어 통합의 정치, 큰 정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김 의장의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 추모사 전문.
우리는 오늘, 민주주의의 큰 산, 김영삼 대통령님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통령님은 거인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치와 경제 양 측면에서 현대적 대한민국의 기틀을 놓으셨습니다.
군부독재 종식과 금융실명제 실시. 대통령님 덕분에 대한민국은 비로소 현대성을 획득할 수 있었고, 보편적 민주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김영삼 시대가 있었기에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세계 10위권의 강대국을 향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김영삼 시대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하고, 김영삼 대통령님의 업적은 정당하게 다시 평가해야 마땅합니다.
대통령님은 초지일관 민주주의자의 삶을 사셨습니다. 초산 테러와 가택연금, 의원 제명과 살해 위협. 독재정권으로부터 살인적인 탄압을 받았지만 대통령님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대통령님의 말씀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대통령님의 투혼은 민들레 홀씨가 되어 YH 사건과 부마항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유신독재를 종식하는 서막을 활짝 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맞서 23일 동안 단식하며 민주주의 새벽을 불러온 것도 대통령님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탄생시킨 문민정부는 대한민국을 되돌이킬 수 없는 민주국가로 우뚝 세웠습니다.
1994년,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마틴루터킹센터가 수여하는 세계적인 인권상인 비폭력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을 실천하셨습니다.
전광석화처럼 하나회를 척결해 이 땅에 다시는 군사정권이 발을 디딜 수 없도록 뿌리를 뽑아내셨습니다.
1993년 8월 12일, 대통령께서는 금융실명제 시행을 발표하셨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이 발표는 대한민국이 비로소 보편적 시장경제 국가로 진입한다는 역사적 선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김진표가 10년 동안 집중했던 금융실명제 도입이 마침내 마무리되었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재무부 세제총괄심의관으로서 대통령님의 명을 받아 금융실명제 도입을 주도했습니다.
대통령님께 미리 사표를 제출해놓고 과천 비밀 아파트에서 먹고 자며 일했습니다.
비밀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금융실명제 발표 이후 가까운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엄청난 원망을 받기도 했습니다.
금융실명제로 큰 손해를 본 장인어른께서는 그날 이후 저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대통령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평소 금융실명제 없이는 건강한 민주주의도, 활력이 넘치는 자본주의도 꽃피울 수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님!
그 역사적 위업을 대통령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으로 영광이었습니다.
대도무문(大道無門).
대통령님은 큰 정치인이셨습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를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하셨습니다.
김영삼 시대에는 정치가 사회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정치와 정치인이 국민에게 사랑받았고,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경제와 민생, 외교와 안보. 대한민국에 위기의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뼈아픕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야 합니다. 그게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입니다.
다시 김영삼 정신을 생각합니다. 대도무문, 김영삼式 큰 정치가 그립습니다.
대통령님은 시대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목숨을 거셨습니다.
산업화 이후,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에 조국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확신하셨습니다.
세계와 견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하셨습니다.
그리고 "통합과 화합"을 마지막 유훈으로 남기셨습니다.
대통령님 떠나신 지 어언 7년을 맞이합니다.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통합의 정치, 큰 정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겠습니다.
그리운 대통령님,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국회의장 김진표, 삼가 분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