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신군부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결성 40주년을 맞아 여야는 민추협을 이끈 고(故)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기리며 민추협 정신 승계를 다짐했다. 다만 여권은 '대화와 타협 정치'에, 야권은 '민주주의 수호'에 더 무게를 두며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YS와 DJ는 평생 의회를 떠나지 않은 의회주의자였다"며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싸우고 대립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힘을 합쳐서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많은 국민께서 여야 진영논리로 대립이 극심하다고 걱정한다"며 "의회를 지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국정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민추협 정신으로 민생 협치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워크숍 일정으로 불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영상 축사를 통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절대적 사명'이라는 민주화투쟁선언 첫 문장처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시도에 대해 민주당은 앞으로도 단호하게 맞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원로들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최근 정치 현실을 우려하며 '민추협 정신' 복원을 주문했다. 김덕룡 민추협 이사장은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도덕적이었던 민주화운동 세력이 오늘에도 과연 다른 사람 눈에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비치고 있는가"라며 "거짓과 위선, 내로남불로 국민의 조소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초심'을 당부했다.
상도동계 김무성 민추협 회장(전 새누리당 대표)은 "민추협 정신은 비민주로 흐르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계층 간 갈등과 대립을 넘어 국민 대화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고, 소외되는 국민 없이 모두가 함께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정의롭고 복된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이석현 민추협 회장(새로운미래 비상대책위원장)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는 민주주의를 위한 동반자이자 경쟁자로, 대화를 열심히 해 경쟁자에서 동반자가 됐다"며 "여야가 대화의 정치를 해서 극적으로 풀어내야 국민도 행복하다. 맨날 싸우기만 하는 느낌이니 아쉽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민추협은 전두환 신군부독재 시절인 1984년 5월 18일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가 군사독재 종식과 민주화 운동의 대대적인 전개를 위해 힘을 합친 정치 결사체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원동력이자 직선제 개헌을 이끈 단체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