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주중 1317.6원(15일)까지 내렸다가 1340.3원(18일)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기간 장중 오름폭으로는 사흘 만에 30원을 넘어서는 등 일주일 전 환율이 100원 넘게 급락한 것과 비교해 상반된 흐름이다.
앞서 미국 물가 둔화 조짐에 따라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가 반영되면서 달러 가치가 일주일 새 1.4% 내렸고, 한때 1500원을 향했던 환율 역시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렸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전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동월 대비 7.7%)가 예상치(7.9%)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하루 새 59.1원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림세는 오래가지 못했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 전환했다. 아직까지 글로벌 경기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는 서서히 내려가겠지만 내년에도 연준의 물가 목표(2%)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 쉬운 비탄력적인 품목들에 대한 물가 압력도 여전히 높다. 연준의 피벗 기대감이 강화됐지만 미국은 내년 초까지 100bp(1bp=0.01%포인트)가량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연준 당국자인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이 멈출 대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잇따라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고 있다.
원화 가치 절상도 제한적일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무역수지 적자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대내 펀더멘털 평가에 악재로 꼽힌다. 국내 수출에서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부진과 재고 조정도 상당한 우려 요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의 약세 전환을 벌써 전망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아직 상승률이 둔화된 것일 뿐이며 절대적 수준은 높다. 즉, 물가 안정화 속도가 빨라져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바로 전망하기에는 너무 이른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음 주 잔존한 위험선호 심리와 긴축 경계가 맞물린 가운데 달러의 소폭 강세 우위가 예상된다"면서 "최근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던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순유입 역시 둔화되는 것 등을 볼 때 상방 압력이 더욱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