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당국이 오는 21일 발표 예정인 '보험업권 규제 완화 방안'에 금감원의 보험 민원 일부를 보험협회로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해 충돌이 큰 사건에 집중하고 상품 이의제기 등 간단한 민원은 협회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상품이 늘어나는 추세와 발맞춰 관련 민원·분쟁도 증가해 민원 처리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보험은 상품구조나 판매 단계가 복잡해 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 전체 금융 민원 중 60%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이에 따라 업권 신뢰도 하락이 우려돼왔다. 실제 금감원의 ‘올해 상반기 금융 민원 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가 접수한 민원 건수는 총 4만4333건이며 이 중 보험사가 접수한 민원 건수(2만6482건)는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당국도 민원을 처리할 인원이 한정돼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협회로 민원을 이관하는 데 긍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보험협회 역시 상담 처리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 규제 완비 시 금융권 '민원왕'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고객들 사이에 공정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협회가 보험사 회비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만큼 보험 민원 처리에 대한 공정성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이해 상충 기준도 모호해 분란의 소지를 키울 수도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해 상충이 크다고 판단해 금감원에 제기한 민원이 협회로 넘어가면 소소한 민원으로 치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사를 신뢰하지 못해 정부기관인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인데 보험 민원 업무를 보험사 이익단체인 협회로 넘긴다는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보험 민원을 이양하려면 차라리 순수 민간 기구인 '보험옴부즈만'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 민원 이관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쳐 최근 관련 법안을 보류하기도 했다. 보험권 관계자는 "협회 분쟁 처리 기구 내 공정성과 객관성 부여 선행 작업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