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라운지] 기업들 벼랑끝...'위기대응팀' 부활시킨 로펌들

2022-11-14 17:00
  • 글자크기 설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마 전망으로는 조만간 말 그대로 부동산 PF 대출을 못 받아서 흔히 말하는 빠그라지는 사업장이 속속 나올 수 있을 거예요."(대형로펌 건설 전문 변호사)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삼중고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로펌들이 덩치를 키우는 분야가 있다. 바로 ‘위기대응팀’이다. 위기대응팀은 부실자산 관리,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도산‧회생 절차 등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며 벼랑 끝으로 몰리는 기업들을 구제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출범한 위기대응팀을 다시 출범시키고 있는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2020년 출범한 위기진단대응본부 산하에 부동산 PF 리스크 대응팀을 조직했다.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기업들이 연쇄적인 부실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도 최근 부실자산관리 및 위기대응팀을 발족했다. 1997년 IMF와 2008년 리먼 사태 때 본격 가동한 뒤 14년 만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NPL) TF를 출범시켰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부실채권 시장이 대폭 성장할 조짐이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일감 가뭄'에 시달렸던 대형 로펌들의 기업구조조정 및 도산팀이 수요 증가로 호기를 맞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실채권‧부동산 PF 대출 법률서비스 증가할 듯 
위기대응팀의 한 축은 부실채권 거래 영역이다.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이 채무를 갚을 여력이 안 되면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돈줄을 죄고 회수가 불투명한 NPL들이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자산을 값싼 가격에 내다 팔아 곳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형 로펌에는 금융기관들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회수가 어려운 자산들을 할인해 매각하는 등 관련 일감이 몰렸다. 법무법인 율촌은 2002년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우리은행 부실자산 1조2000억원 인수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총 2300억원 규모의 NPL을 외부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대응팀의 또 다른 한 축은 부동산 PF 대출 분야다. 부동산 PF 대출은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수익성과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현금 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이다. 2013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PF 대출 잔액은 35조2000억원에서 112조2000억원으로 77조원(218.7%) 증가했다. 지난해 부동산 호황 덕분이다.

문제는 올 들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PF 대출을 일으키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이를 상환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어느 한 곳에서 자금줄이 막히면 관련 업체들이 함께 충격을 받는 구조다.

이석 세종 변호사는 "현재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의 브리지 대출 연장, PF 대출 실행 및 공사도급 변경 등과 관련해 차주나 시공사에서 계약 해석 및 분쟁성 자문 의뢰가 늘어나고 있다"며 "리츠업계에서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 REIT) 설립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 상황이면 분양도 잘 안 되고 현금 흐름에 차질이 생긴다"며 "동시에 여러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등 크로스 디폴트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로스 디폴트란 하나의 채무계약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다른 채무계약의 채권자도 연쇄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펌들은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 사업주, 시공사 및 대주 간 분쟁이 빈번해질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부동산 PF 리스크 대응팀을 이끄는 전병하 대표변호사는 "최근 발생한 위기는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부실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단계별 예방 대책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산‧회생 절차···벼랑 끝 기업 구제
로펌들은 부실자산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도산‧회생절차에서도 법률적인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쌍용차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이끈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문제되고 있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중도개발공사의 ABCP 채무불이행 및 회생절차 신청 가능성으로 인해 관련 대응 방안, 중도금 대출 대주단(대출금융기관 모임)과 협상 방안 등에 대한 자문을 진행 중이다.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는 "부실자산관리팀은 금융과 부동산, 도산 이렇게 세 분야의 전문성이 합쳐져 만들어진 융합팀"이라며 "해당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해 기업들이 마주할 수 있는 리스크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면밀히 파악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