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고물가·고금리·저성장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은행들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예대마진 증가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022년 3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작년에는 41조원의 이익을 시현했다. 이러한 은행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5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17조2000억원으로 은행 비중이 82%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 더해 은행들이 자금중개 기능에 대한 정부 인가(은행법)를 통해 예금을 수취하고 자금을 대출하는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 차익인 독점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언론들은 은행이 영업이익을 사회적 책임과 상생보다는 내부 임직원 성과급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여기서 몇 가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는 은행의 역할이다. 은행은 원래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줌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것을 그 역할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금중개를 통한 이자장사가 원래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목적인 이자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게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상 맞지 않다.
둘째는 현재 전체 수익 중 약 94%를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은행들에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라고 강요하면 경험과 지식 부족으로 인해 우리가 경험했던 다양한 파생상품 불완전판매나 투자손실을 또 겪을 수 있다.
셋째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고객들이 요구하는 신용대출이나 장기대출을 늘리면 자본리스크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규제 제도를 맞출 수 없거나 대손충당금적립제도 등에 따라 훨씬 더 많은 적립금을 쌓아야 하고, 기회이익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비용은 대부분 고객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상생금융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은행의 중요한 고객인 만큼 은행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 후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객 친화적 프로세스를 만들고 효율화하는 것을 상생금융의 핵심으로 봐야 한다. 즉, 기업과 고객 관계에서 은행은 중소기업 문제를 자신들이 가진 규제의 틀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리를 깎아주거나 탕감해 주는 대신 은행들이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기금을 출연해 민간 모태펀드에 출자하고, 이를 중소기업 구조조정이나 벤처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국책기관들과 함께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등을 활성화해 중소기업용 자금을 조달하고 배분하는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컨설팅, 신용평가, 기술평가 등 역량을 확충해 기술금융을 확대하는 등 보다 다양한 상생금융 아이디어를 만들어 기여해야 한다.
지금 경제 상황에는 상생금융과 같은 생태계 확충형 금융이 꼭 필요하다. 또한 이 같은 금융권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운영할 필요성도 있다. 은행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금융의 확장을 통해 은행과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