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권안정화 사활 걸었지만 CP금리 4.74% 여전히 고공행진

2022-11-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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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금조달 '보릿고개' 아직 해소 안돼

국고채는 빠르게 안정화… 불안 다소 완화

[자료=금융투자협회]


정부가 50조원+α(알파) 정책을 내놓는 등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사활을 건 가운데 국고채 금리는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 금리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산업계 전반의 '돈맥경화'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은행의 자금 조달 창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스프레드가 갈수록 확대되는 등 기업들의 신용도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4.095%, 4.158로 나타났다. 전날 대비 0.027%포인트, 0.03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벗(정책전환) 기대감이 견조한 고용지표 발표로 다소 누그러든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레고랜드발 후폭풍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연 고점을 찍었던 10월 21일 4.495%, 4.638% 대비로는 각각 0.4%포인트, 0.48%포인트 감소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만큼 금리 상승 가능성은 추가로 존재하지만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국면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채권시장 혼란에 대응해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과 기재부의 바이백,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등 다양한 조치들이 나왔고,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채권시장 불안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금리 인상 기조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반복돼온 채권 금리의 오버슈팅 국면은 해소되는 상황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CP 금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CP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7%포인트 상승한 4.74%로 마감했다. CP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 채권으로 만기가 1년 이내다. CP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진다. CP 금리 상승은 여러 부작용을 동반한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며 경기 둔화로 직결된다.

CP와 CD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CP 금리가 상승한 반면 CD 금리는 전날과 동일한 3.97%를 기록하면서 스프레드는 0.77%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6월 9일(0.77%포인트)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통상 CP와 CD는 각각 기업과 은행의 자금 조달을 위한 신용도를 뜻한다. CP 금리는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발행금리가 결정된다. CP와 CD 금리 격차가 확대됐다는 건 기업의 신용 위험도가 은행보다 높아졌고, 기업 신용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회사채 투자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AA-급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차이)는 지난달 31일 1.418%포인트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졌던 2020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1.4%를 돌파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시종에 50조원 이상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채권시장에 투입되는 규모는 총 20조원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은 지난달 24일부터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에 투입됐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CP 금리 정상화까진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 중이라는 것은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는 기관들이 CP 매입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며 기업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국고채 금리가 안정되면 회사채 금리와 CP 금리가 안정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당분간 CP 금리는 상승이 예상되고 있으나 차츰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이 CP 발행을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마비 상태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CP 발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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