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파출소에 근무했던 현직 경찰관이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112신고에 대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겨냥해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A씨 “(2주 전) 지구촌축제를 대비해 행사장 질서유지를 위해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윗선에서 거절했고, 핼러윈 때도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는 당시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이태원파출소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먼저 “몰려든 인파로 인해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신고는 매년 지구촌축제,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있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접수된 압사 우려 112 신고는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뿐만 아니라 이태원역 주변 일대 여러 곳에서 접수됐다. 지역 특성상 좁은 골목이 많아 어디로 가든 몰려든 인파로 인해 안전사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압사 관련 112신고) 11건 중 4건만 출동하고 나머지 신고는 상담안내로 마감했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산경찰서 교통직원들도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었고, 파출소 직원들은 다른 여러 신고로 출동하는 중에도 틈틈이 시민들에게 해산하라고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다만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이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했기에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당시의 고충을 전했다. 이날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접수된 신고는 총 79건이었다.
용산구청과 지역 상인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A씨는 “올해 초 용산구청은 이태원 관광특구란 명목으로 일반음식점 춤 허용 조례를 통과시켰다”며 “이로 인해 일반음식점에서 클럽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춰도 단속할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가 인파가 몰리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조례를 통과시킨 용산구청은 차량통제 등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핼러윈은 공식적인 행사가 아닌 지역 상인들의 수익 활동이기에 상인들도 질서유지에 어느 정도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건 발생 후 영업을 종료하도록 협조 요청했으나 일부 업소는 ‘별거 아닌 일에 유난 떨지 마라’ ‘손님들 안 보이냐’ 등의 발언을 하며 협조를 거부하고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통제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윤 경찰청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A씨는 “청장님의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냥 ‘감찰 후 문제가 있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 이런 발언만 할 수 없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과 몇 달 전 취임사에서 ‘일선 경찰관은 슈퍼맨이 아니다. 경찰 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나”라고 반문했다.
그의 글에 한 경찰관은 “지휘부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현장을 감찰조사하고 있으니 무능하고 한심할 뿐”이라며 “총체적 문제는 지휘부에 있으니 일선에 책임을 묻지 말고 지휘부가 책임져라”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경찰관은 “용산서 직원들 고생한 사실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위쪽만 모른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