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 85분가량 만나면서 북미산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북한 핵 문제 등을 논의하며 상호 간의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주 미국 순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환담'에 그친 뒤 '비속어 논란'이 터진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윤 대통령을 만나면서 "한국 내 논란에 미국 측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 대해 깊이 신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IRA 상호협력 약속...해리스 "한국 측 우려 이해"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 측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법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85분가량 접견하며 한·미 관계 강화 방안과 북핵 문제, 경제 안보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현직 미 부통령의 방한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IRA와 관련된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필요 시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한·미 정상 간 합의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국내 기업들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미국이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법을 시행하자 국내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통상 규범에 따른 총론적 문제 제기 차원을 넘어서 각론적 문제 해결에 논의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북한 무력도발...한·미 동맹 강화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한반도 완전 비핵화'라는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을 만난 뒤 바이든 행정부 고위 인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판문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한반도 안보태세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의지를 나타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DMZ 내 판문점을 찾아 "한국 방위를 위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며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이 있고 바로 어제를 포함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한국을 떠난 직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한 것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굳건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해리스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 9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발을 발사하고, 한·미 해상 연합훈련이 진행 중이던 28일에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을 떠난 직후인 29일 저녁에도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리스 뒤통수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사일이 날아간 동해에서는 미국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CVN-76)호를 비롯한 미 항모강습단과 한국 해군이 연합 해상훈련을 펼쳤다. 미 항모가 한국에 있는 도중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