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전쟁] "망 사용료, K-콘텐츠 확산에 제동"

2022-09-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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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

이상헌·임오경 의원 주최…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 토론자로 참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 현장 [사진=최은정 기자]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CP·콘텐츠 공급자)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규모 창작자 생태계를 보유한 해당 CP가 한국 시장 투자를 줄이는 등 움직임을 보일 수 있어서다. 국내 중소 기획사 및 개인 창작자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 대표로 모인 산학계 전문가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에 참가해 망 사용료 부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이상헌·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콘텐츠 업계 의견 청취를 위해 마련됐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 7개가 발의돼 있다. 모두 일정 규모 이상의 CP가 인터넷 망을 운영하는 기간통신사업자(ISP, 인터넷 공급자)에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전혜숙·이원욱·김상희·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김영식·박성중(국민의힘),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이 각각 발의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요구한 국내 ISP SK브로드밴드(SKB)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내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한 것. 법원 판결에 불복한 넷플릭스가 항소해 현재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이필성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망 사용료 부과를 규정한) 법안이 한국의 수출 경제나 K-콘텐츠 산업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한 건가 의문이 들었다"며 "(법안이 통과하면) 창작자 생태계를 보유한 CP가 한국 투자를 줄이거나 한국 대상 정책을 소극적·우회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결국 국내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도티' 등 유명 인플루언서를 보유한 일종의 기획사로, 국내 최대 MCN 업체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도 "이번 법안이 채택되면 국내 콘텐츠에 대한 수출 장벽을 스스로 세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망 사용료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CP-ISP 당사자 간 갈등을 해결하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토론 발제자인 신홍균 국민대 법과대 교수는 "망 사용 관련 갈등은 50~100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과거에는 이번 망 사용료 부과 입법안처럼 정부 혹은 규제자 등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례는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CP 본사를 둔 미국이 콘텐츠 수출 등 무역 관점에서 보복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상헌 의원은 개회사에서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결국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K-콘텐츠가 세계에서 빛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산업이 (확대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이날 토론회 이후 자사 블로그에 입장을 밝혔다.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은 해당 블로그 글에서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법안들은 CP 콘텐츠에 대해 추가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ISP가 CP에 이중 부담을 지우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해당 기업과 생계를 같이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법안은 존재하지 않으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며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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