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펭수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세종은 4개월여 전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채널에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펭수 측이 응하면서 펭수는 면접 등을 거쳐 세종에 입사하게 된다.
세종에서 펭수가 받은 공식 직책은 어쏘변호사다. 어쏘변호사는 저연차 변호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세종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어쏘변호사로서 이름을 올린 펭수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남극 유치원(졸업)’ ‘(현재) EBS 연습생,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 ‘(전) 종갓집 머슴 – 잡초 제거, 쑥 수확, 손빨래·건조, 인절미 제조’ ‘한국어, 영어, 펭귄어’ 등. 프로필에는 꽤 구체적이고 재치 있는 펭수의 학력과 경력, 언어가 나열돼 있다.
세종과 펭수의 이번 협업은 협찬이 아니다. 금전을 대가로 하지도 않았다. 로펌계 ‘유튜브 선두 주자’로 알려진 세종이 유튜브 채널 운영 활성화를 위해 게재한 댓글 하나로 논의가 시작됐다. 보수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로펌계에서는 이례적 시도다.
리크루팅 커미티는 세종 소속 변호사 12명과 치르는 일종의 2차 면접이다. 리크루팅 커미티에 참여한 변호사 모두에게 ‘만장일치’로 합격표를 받아야 최종 합격할 수 있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는 ‘민감 정보’로 분류되는 변호사 연봉까지 공개된다. 세종 측은 펭수에게 세종 신입 변호사의 실제 연봉 기준에 맞춰 연봉을 제안한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세종의 신입 변호사 연봉은 1억원대다.
입사 후 신입 변호사들을 기다리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신입 변호사 오리엔테이션에서 실시하는 교육에는 일정표 활용을 통한 시간 관리, 고객 비밀유지 의무, 건강관리 등 변호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자세가 등장한다. 사건을 맡게 된 파트너 변호사와 어쏘변호사들이 법리와 판례를 쏟아내며 진행하는 치열한 논의도 변호사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상황과 많이 닮았다.
이번 협업은 법조인뿐 아니라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 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세종 관계자는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로펌의 면접 과정이나 업무 일과 등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참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사랑받는 펭수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세종의 조직문화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종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합격 비결을 담은 채용정보,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강의,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동법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펭수가 세종의 어쏘변호사로 출근하는 에피소드는 자이언트 펭TV 방송과 유튜브 채널 등에서 지난 2일과 9일 2회에 걸쳐 방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