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정적인 '인공태양'을 만들어 유지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발견됐다. 한국 연구진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초고온 핵융합 플라즈마 운전 실험을 분석해 기존 방식 단점을 해결한 새 운전 방식을 찾아냈다. 궁극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 발전 실용화에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KSTAR의 초고온 핵융합 플라즈마 운전 성과를 분석해 새로운 핵융합 플라즈마 운전방식을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과기정통부 '핵융합선도기술개발사업(선도기술센터)'와 핵융합에너지연 'KSTAR 공동실험 및 플라즈마 연구' 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성과가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H-모드는 플라즈마 가장자리에 형성되는 장벽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장자리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 풍선처럼 터지는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Edge Localized Mode, ELM)이 발생해 핵융합로 내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핵융합 연구자들은 ELM 제어 방법을 연구하면서 더 안정적인 플라즈마 운전 모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KSTAR 운전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고에너지 입자(고속이온)들이 플라즈마 내부 난류를 안정화해 플라즈마 온도를 급상승시키는 현상을 발견해 'FIRE(Fast Ion Regulated Enhancement) 모드'로 명명했다. FIRE 모드는 기존 H-모드 대비 플라즈마 성능을 개선하고 H-모드 단점인 ELM이 발생하지 않으며 운전 제어도 용이해 미래 핵융합 상용로 플라즈마 운전 기술 확보 가능성을 열었다.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A sustained high-temperature fusion plasma regime facilitated by fast ions) 교신저자인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FIRE 모드에서는 ELM 뿐만 아니라, 다른 심각한 불안정성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며, 플라즈마 내의 불순물 축적도 없다"며 "H-모드 이상 성능을 보이면서 복잡한 운전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아 차세대 플라즈마 운전시나리오로 연구할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FIRE 모드를 발견한 이번 연구가 작년 이온온도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 30초 연속운전 성공 사례를 비롯해 지난 몇 년간 KSTAR에서 달성한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 성과의 독창성을 일반 학계에서 인정받았다고 보고, 고속이온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핵융합 실증로 운전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FIRE 모드는 예측대로 실험이 진행되지 않던 실험 실패 결과를 분석하다 얻은 창의적 결과물로 한국 핵융합 연구가 기존과 다른 독창적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인 사례"라며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영역 발견은 KSTAR가 초정밀도로 건설됐기에 가능했던 결과이자 국내외 대학, 연구소의 긴밀한 협력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한현선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박사(책임연구원)는 "이번 연구성과는 플라즈마의 밀도·온도·가둠시간이라는 핵융합 실현의 세 조건 중 '온도'에 집중해 KSTAR의 가열 성능을 플라즈마 중심부에 집중시키는 새로운 접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며 "FIRE 모드와 고속이온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KSTAR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성능·지속시간도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