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술·무기도 OK" 중국 특색 ESG 투자

2022-09-07 13:03
  • 글자크기 설정

中공산당 캠페인 타고 ESG 펀드 '쑥쑥'

술기업도, 석탄기업도···ESG 투자대상

정책 우선순위 따라 ESG 기준도 제각각

중국 국기게양식. [사진=연합뉴스]

중국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제창하는 공동부유, 저탄소 등 캠페인과 맞물려 ‘중국 특색 ESG 투자’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하다. 
 
中공산당 캠페인 타고···커지는 ESG 펀드시장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선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20개월간 최소 112개 ESG 펀드가 신규 출시됐다. 앞서 2017~2020년 4년간 중국서 신규 출시된 ESG 펀드 숫자를 뛰어넘는 것이다.

중국인의 ESG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조사에 따르면 중국 내 ESG 펀드가 굴리는 자산만 약 500억 달러(약 69조원)로, 2021년 초 이후 갑절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사들도 속속 중국 ESG 투자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중국 현지 합작사인 모건스탠리화신 자산운용도 지난 2020년 7월 ESG펀드를 출시했는데, 약 2년 만에 20억 위안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자료=블룸버그]

술 기업도, 오염 유발 기업도···ESG 투자대상
중국 내 금융사들의 ESG 투자 기준은 에너지 안보, 농촌 일자리 창출, 빈곤퇴치, 저탄소 등 중국 공산당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석탄 기업이나 ‘죄악기업'으로 여겨지는 주류업체라도 현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ESG 투자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의 '공동부유(共同富裕, 모두가 잘살자)' 캠페인 제창 속 사회 불평등 해소, 실업률 문제 등은 가장 중요한 어젠다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 간판 주류기업인 마오타이를 예로 들어보자. 마오타이는 지난해 3분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매긴 ESG 경영 평가에서 전체 일곱 단계 등급 중 가장 낮은 'CCC'로 강등됐다. 반면, 중국 대형펀드사인 자스가 운용하는 'CSI300 ESG 리더스지수' ETF 상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마오타이 비중은 8.35%로 가장 크다. 마오타이가 농촌 지역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마오타이는 지난해 3분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매긴 ESG 경영 평가에서 가장 낮은 'CCC' 등급을 받았다. [사진=MSCI ESG 평가 갈무리]

중국 내 ESG펀드의 약 10%는 중국 최대 감시카메라(CCTV) 기술업체인 하이크비전에도 투자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는 중국 신장 지역 위구르족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 인권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고 있지만, 중국 내에선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친환경에 대한 해석도 '중국식'이다. 석탄은 중국 온실가스 배출의 원흉이지만, 중국에 소재한 170개 이상의 ESG 펀드 중 약 15%는 석탄회사에 투자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집계했다.

예를 들면 중국 최대 석탄 생산업체인 선화에너지도 중국 ESG 투자 주요 대상이다.  현재 석탄 채굴에서 수익의 78%를 창출하고 있지만, 재생가능한 전력을 생산하고, 중국 국가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中공산당 우선순위 따라 달라지는 ESG 해석
최근 중국 ESG 투자 관련 연구논문을 쓴 브래드포드 코넬 미국 UCLA 금융경제학 명예교수는 "중국에서 환경, 사회문제의 룰은 중국 공산당이 제정한다"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보야 왕 모닝스타 ESG 애널리스트도 "중국 정부는 국가 경제발전 전략과 충돌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ESG를 해석한다"고 진단했다. 

중국 대형펀드사 화샤기금의 ESG 연구책임자 셜리 쉬는 "중국 자산운용사로서 국제 평가등급을 참조할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산업발전 단계에 맞춰 그에 걸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며 "중국 특색에 따라 적절히 조정하기 때문에 (ESG 투자) 원칙이나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 기업 투자를 예로 들었다. 글로벌 ESG 투자자들은 친환경 건설을 우선시할 수 있겠지만, 중국에선 이보다 회계부정이나 잠재적 부채와 같은 거버넌스 문제를 우선시하며, 이것이 중국 현지에서 ESG 투자를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중국의 ESG 투자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르는 만큼, ESG나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정의를 확장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ESG 투자 접근 방식이 타국가에 비해 훨씬 덜 규범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보야 왕 애널리스트는 "베이징의 우선 순위 정책에 베팅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다만 동시에 중국 ESG 펀드는 때때로 당의 우선순위에 따라 특정 사회적 목표에 더 많은 기여를 하기 위해 평가등급과 수익률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중국 ESG 투자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는 글로벌 금융사들도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유럽에 소재한 ESG 펀드가 보유한 중국 자산은 약 1300억 달러로 중국 국내 ESG 펀드 시장 규모의 두 배 이상이다. 미국에서 운용하는 ESG펀드가 보유한 중국 자산도 80억 달러에 육박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