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Z세대 테스트베드…中알리바바 창업인 축제

2022-08-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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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7회째…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홈코노미·헬시플레저···소비 트렌드 엿보다

"광군제보다 의미 깊다" 알리바바 주력행사로

알리바바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축제가 지난 8월 26일부터 닷새간 광둥성 광저우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전시장에서 열렸다. [사진=알리바바]

잠결에 머릿속에 떠오른 꿈을 시각화해주는 기계, 사람과 자유자재로 1대1 탁구 경기를 할 수 있는 탁구 연습용 인공지능(AI) 로봇, 취향대로 충전재를 골라 넣는 투명 소파, 흙과 태양 없이도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스마트 식물 재배기···.

지난 26일부터 닷새간 열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의 ‘메이커 페스티벌(造物節·짜오우제)’에 전시된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올해로 7주년을 맞은 메이커 페스티벌은 타오바오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이 한데 모여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이는 중국 혁신 창업인을 위한 축제의 장이었다. 
 
중국 청년 창업인 '축제의 장'

지난 24일 열린 메이커 페스티벌 혁신창업 포럼에서 다이산(戴珊) 알리바바 디지털 비즈니스 부문 총재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알리바바]

공식 개최 하루 전인 지난 25일 미디어데이 행사차 찾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전시장. 매년 아시아 최대 무역박람회 캔톤페어가 열리는 이곳엔 월드컵 축구 경기장 3개 크기만 한 2만㎡ 면적에 전시장이 설치됐다. 젊은 창업 청년들은 제각각 이색적인 부스를 차려 놓고 각종 혁신 아이디어 상품으로 방문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올해 메이커 페스티벌에 참여한 중소기업만 100여 곳.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역대 최다인 28만개 입점사가 온·오프라인으로 사전 신청했다. 이 중 트렌디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업체를 알리바바 측에서 엄선한 것이다. 대부분이 1990~2000년대 출생한 90허우(後), 00허우 등 젊은 청년들이 창업한 기업이다. 타오바오에는 현재 18~35세 청년 창업자가 300만명에 달하고 있다. 

다이산(戴珊) 알리바바 디지털 비즈니스(전자상거래) 부문 총재는 "매년 열리는 메이커 페스티벌을 통해 타오바오의 혁신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이고 싶다”며 “짜오우제가 창업자들이 서로 공유하고 학습하고 성장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래 캠프(明日之境)’라는 올해 주제답게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각종 아이디어 상품이 곳곳서 눈에 띄었다. 부스 앞에선 한껏 차려입은 온라인 인플루언서 왕훙(網紅·크리에이터)들이 카메라 조명을 받으며 각종 이색 상품을 홍보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홈코노미·헬시플레저···최신 소비 트렌드 엿보다
전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원예업체 ‘팡춘젠자쥐(方寸間家居·SENSH)’는 가정용 실내 스마트 식물 재배기를 선보였다. 베란다가 없는 도시민도 집 안에서 직접 채소·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만든 기계다. 햇빛과흙이 없어도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물 순환펌프를 갖춰 식물 생장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홈코노미(Home+Economy) 소비 트렌드를 겨냥했다.

SENSH를 창업한 쉬페이페이(徐沛佩)는 1995년생 Z세대다. 영국 유학파 출신으로, 일본·대만·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현대화 농업 설비에 매료된 그는 귀국 후 농업 전문 하이테크 회사를 차려 중국 농업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예업체 '팡춘젠자쥐(方寸間家居·SENSH)' 창업주 쉬페이페이. [사진=배인선 기자]

SENSH는 그가 최근 도시민의 가정용 식물 재배 수요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지난해 직접 만든 홈가드닝(가정원예) 전문 브랜드로 타오바오에 입점했다. 

쉬 창업주는 “타오바오는 무명 브랜드가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이자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라며 “3~5년마다 빠르게 변하는 최신 소비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는 데 도움도 된다”고 말했다.
 

판후(飯乎)에서 선보인 15분 간편식 솥밥. [사진=알리바바]

건강(Healthy)과 즐거움(Pleasure)을 합친 '헬시 플레저' 열풍도 곳곳에서 느껴졌다.  

100분간 조리해야 먹을 수 있는 중국 전통 솥밥을 15분 만에 조리한다는 간편식 솥밥을 시식해봤다. 전자레인지에서 15분 만에 조리한 광둥식 훈제 돼지고기·죽순·소시지 삼합 솥밥에선 향긋한 훈제향이 코끝을 찔렀다.  

판후(飯乎)라는 신진 브랜드에서 선보인 간편식 솥밥은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면서도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기는 Z세대 미식 문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 전시장에는 무알코올 맥주, 스프레이처럼 입에 뿌려 먹는 매실주, 병아리콩 타르트 등 독특한 먹거리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운동화 수십 켤레를 충전재로 사용한 1인용 투명 소파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자유롭게 개성을 표출하길 즐기는 Z세대를 위해 설계된 혁신 디자인의 가구 상품이다. 신예 가구 디자인 브랜드 탸오스(挑時·Tells)에서 만들었다.

탸오스를 창업한 1991년생 당신위(黨心宇)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가구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하고 싶었다”며 “투명 소파는 각자 흥미에 따라 충전재를 골라 채울 수 있어 나만의 소파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전용 캠핑 도구나 바람막이 등 상품을 선보인 부스 앞에는 Z세대 발길이 끊이질 않아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반려동물 키우기와 캠핑 문화를 짐작케 했다. 
 

반려동물 전용 텐트 등 반려견 아웃도어 아이디어 상품을 전시한 부스. [사진=배인선 기자]

Z세대 소비 테스트베드···마오타이도 활용했다
메이커 페스티벌은 대기업이 신제품을 내놓기 전 소비자, 특히 Z세대 반응을 미리 살펴 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도 자리 잡았다. 

중국 쓰촨요리 전문점으로 쏸차이위(酸菜魚·절임채소와 함께 끓인 생선요리)로 유명한 타이얼(太二). 아이스 라테에 쏸차이(절임채소)를 얹은 ‘쏸차이 커피’ 메뉴를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선보였다. 쏸차이 라테를 주문하려는 사람들로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직접 시식해봤다. 처음엔 라테 향만 나다가 갈수록 시큼한 쏸차이 향이 올라오는 게 '이런 엽기적인 메뉴가 성공할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옆 테이블을 보니 Z세대 반응은 나쁘지 않다. 

광둥요리 전문점이자 월병으로도 유명한 광저우주자(廣州酒家)는 트러플을 가미한 월병을 내놓았다. 석탄처럼 까만 월병이 겉으로 보기엔 좀처럼 손이 안 가는데 막상 맛을 보니 트러플 향이 확 올라오는 게 중독성 있다.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요새 핫한 시소커피(Seesaw coffee)는 마시는 커피가 아닌 ‘씹어먹는 커피’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이색적인 메뉴를 선보인 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알리바바 홍보 관계자는 “(중국 최대 고량주 기업) 마오타이가 올여름 출시해 대박을 터뜨린 마오타이 아이스크림도 2019년 여기서 첫선을 보인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 쓰촨요리 전문점 '타이얼'은 쏸차이 라테를 비롯해 패션프루츠, 진피(한약재), 후추 등을 가미한 이색 커피를 선보였다. [사진=배인선 기자]

마오타이 아이스크림뿐만이 아니다.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한푸(漢服·중국 한족 전통의상)’ 패션 역시 2019년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애국소비 열풍 속에 선보인 것이다. 처음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만 즐겼는데 차츰 광범위하게 퍼진 것이다. 
  
"광군제보다 의미 깊다" 알리바바 주력 행사로
메이커 페스티벌이 청년 창업인의 축제임과 동시에 Z세대 소비 트렌드를 엿보는 무대임을 짐작케 한다. 

광둥성에서 브랜드 기획사를 창업한 지 올해로 2년째라는 1990년대생 판 씨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그는 “중국 젊은 층 소비 트렌드를 미리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됐다”며 “브랜드 기획 포지셔닝에 활용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 창업의 주력군으로 떠오른 Z세대는 최근 빠르게 변하는 유행이나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데 훨씬 능숙하다. 소비자 피드백도 바로 반영해 제품 설계·제작에 활용하니 대기업보다 신제품 교체 주기도 짧아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것이다.

중국 우유 브랜드 런양이터우뉴(認養一頭牛), 웰빙식품 브랜드 보허젠캉(薄荷健康), 피규어 업체 톱토이(TOP TOY) 등도 모두 역대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에 참여해 Z세대 사이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케이스다. 

사실 타오바오는 한때 '짝퉁 천국'으로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 창업 혁신 열기 속에 젊은 창업 혁신가 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다. 중국 18~30세 청년 80명 중 1명이 타오바오에서 창업한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한때 알리바바 하면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를 떠올렸다. 대기업들이 광군제 축제 때 1초 만에 몇 개를 팔았는지, 몇억 위안어치 매출을 올렸는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최근엔 단순한 수치보다 미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 상품이 가득한 메이커 페스티벌에 Z세대들은 더 열광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전시회와 함께 혁신 창업 포럼을 함께 개최해 유명 창업인과 청년 창업자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향후 메이커 페스티벌이 광군제를 뛰어넘어 알리바바를 대표하는 행사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광군제보다 메이커 페스티벌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광군제도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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