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법원] ②아파트 태풍 피해 책임은 누가?

2022-09-07 07:48
  • 글자크기 설정

태풍 피해 책임 놓고 아파트 둘러싼 소송 많이 발생

태풍 '곤파스'…주민 vs 관리소장…입주자대표회의 개입은 잘못

'마이삭'…아파트 시설물 피해는 입주자대표회의 책임도

'차바'…아파트 주차 차량 파손 시 차주 50% 책임

[아주로앤피] 

제11호 태풍 ‘힌남노' 후폭풍이 거세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심하다. 

과거 역대급 태풍들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는 태풍 피해와 관련된 각종 소송전이 벌어졌다. 아주로앤피는 이 중 주목할 만한, 이번 힌남도와도 무관하지 않을 만한 법원 판결을 톺아봤다.
 

침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 빼러 갔다가 7명 실종. 지난 6일 태풍 힌남로로 침수된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7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민 vs 관리소장···입주자대표회의 관여는 잘못
2010년 9월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주민 A씨에게 '천재지변에 의한 손해'에 대해 책임지라는 소송을 당했다. 이에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관리소장에게 변호사 선임 비용을 내줬다. 이후 새로 선임된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이전 회장에게 해당 문제로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이전 회장 측에 책임을 물었다. 

2013년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태풍 '곤파스' 때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옥상 지붕에 있던 기와가 떨어졌다. 이에 주민 A씨 차량 2대가 망가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 A씨는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라며 아파트 관리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주도로 아파트 관리비 일부가 관리소장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쓰였다.
 
법원은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라며 주민들 청구를 기각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부임하고 이전 회장이 변호사 비용을 냈던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수원지법 민사22단독 전우진 판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변호사 선임에 든 비용 등을 배상하라”며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주민들이 관리소장 개인에게 소송을 낸 것이지 아파트에 낸 것이 아니므로 변호사 보수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내줄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주차장 침수. 지난 6일 오전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대구 동구 각산동 한 아파트 주차장이 침수돼 119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내에서 사고 나면···입주자대표회의 책임 있어
2022년 7월 15일 아파트 전문지 '아파트관리신문'에 따르면 2020년 12월 태풍 '마이삭' 때 부산시 한 아파트에서 부러진 나뭇가지 등이 강풍에 날려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한 입주민 소유 차량 2대가 긁히고 찍혔다. 

이에 입주민 가입 보험사는 차량 1대에 대해서는 약 560만원, 또 다른 차량에 대해서는 약 39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입주민 측 보험사는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그들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950만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입주민 측 보험사와 입주자대표회의 측 간에 소송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측 보험사가 입주민 측 보험사에 손해배상금 1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 차량들은 주로 이 아파트 내 부러진 나뭇가지에 의해 파손되고 부수적으로 아파트 공용시설물에서 떨어진 파편에 의해서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재판부는 아파트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인 점,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자들에게 '태풍으로 인한 낙하물 피해 예방을 위해 이동 주차하라'는 안내문을 게시한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 범위를 20%로 제한했다.
 

승용차 덮친 나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난 6일 새벽 경남에 상륙한 가운데 경남 창원시 성산구 남양동 한 아파트에 나무가 쓰러져 승용차를 덮쳤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주차 차량 파손···소유자와 입주자대표회의 책임 비율은?
2016년 10월 태풍 '차바'가 국내에 상륙했다. 당시 태풍 영향으로 부산시 사하구 도시몰운대아파트 복도 창문이 강풍에 떨어져 나가면서 지상 1층에 주차돼 있던 차량 1대가 크게 파손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와 차주에게 각각 절반씩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7년 8월 법률신문에 따르면 이 사고로 파손된 차량의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수리비 1700만원을 지출했다. 이후 동부화재는 아파트 측 창문 관리 소홀 문제로 발생한 사고라며 입주자대표회의에 차량수리비용을 청구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태풍에 의한 손해는 불가항력적인 재해에 해당한다며 맞섰다.
 
부산지법 민사26단독 이환기 판사는 동부화재해상보험이 도시몰운대아파트 동별 대표자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자동차 수리비 850만원을 지급하라”며 보험사 측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창문 상태에 비추어 볼 때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유지·보수를 게을리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차량 소유자 역시 아파트가 두 차례나 강풍 예고 방송을 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 측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한 취지를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