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사태에 놓인 스리랑카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 달러(한화 약 3조 9000억원)를 지원 받을 것으로 보인다. IMF와 실무진 협상이 타결된 스리랑카 정부는 주요 채권국, 민간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상을 고비로 남겨뒀다.
1일(현지시간) AP통신·CNBC 등 외신은 IMF가 이날 스리랑카 정부와 29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 지원안에 대한 실무진급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번 IMF의 스리랑카 구제 금융은 이제 IMF 경영진과 이사회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승인이 난다면 이번 구제금융은 확대금융기구(EFF)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IMF는 이날 48개월 구제 금융 프로그램을 전하며 "이번 합의가 스리랑카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부채의 적정성'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그램은 스리랑카 국민의 생계를 보호하며 경제 회복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 구조조정 안에는 △재정 건전성 확대를 위한 정부 수입 증대 △에너지 새 가격 도입 △중앙은행 자율성 강화 △외화 보유고 증진 등을 담고 있다.
스리랑카는 관광업이 붕괴해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 정책 실패로 경제난을 맞았다. 연료와 의약품 가스 등 필수품이 부족했고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외화가 빠져나갔다. 여기에 전년 대비 65%에 달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까지 나타났다. AP 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부채 규모는 510억 달러가 넘는다. 특히 그중 280억 달러는 2028년까지 상환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리랑카는 지난 4월 12일 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지난 5월 18일부터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들어갔다.
다만 이번 구제금융의 관건은 IMF 경영진 및 집행위원회의 승인과 중국, 인도, 일본과 같은 국가를 포함한 스리랑카 채권단으로부터 부채의 적정성을 보증을 받는 데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MF와 별도로 스리랑카는 인도, 일본,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금융사 나타시스의 이코노미스트 준유 탄은 "채무 구조 조정과 채권국, 민간 채권단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자 참여와 관련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부채의 적정성'을 낮추는 일에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