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0일)부터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수용률 줄세우기에 금융사 반발

2022-08-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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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이 30일부터 비교 공시된다. 금융사의 미미한 제도 운용 관행을 고치고 금리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담겼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로 줄세우기를 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30일부터 은행연합회 등 업권별 협회·중앙회 홈페이지를 통해 6개월 단위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공개한다. 지금까지는 공시할 의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 수용건수, 수용률(신청건수 대비 수용건수)과 이자 감면액 등 4가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뒤 승진이나 급여 상승 등으로 상환 능력이 커지면 금리를 내려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2019년 각 업권별 법률개정으로 권리가 법제화했지만 저조한 수용률로 그동안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지난해 금리 인하요구는 총 88만2047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23만4652건(26.6%)만 금리 인하 요구권이 인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10건 가운데 약 7건은 거절당한 셈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금융사들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로 회사 간 '줄 세우기'가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금리를 얼마나 깎아줬는지보다 신청건수 대비 수용건수가 얼마냐만 부각될 수 있어서다. 특히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자신의 신용 상태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수용률만으로 순위를 매기면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요구할 수 있게 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접수 건수는 시중은행 대비 월등히 많지만 수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접수건수는 약 54만건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총접수 건수보다 많다. 그러나 수용률은 25.7%로 시중은행 중 수용률이 가장 높은 농협은행(95.6%·6165건 접수)의 4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수용률로만 줄 세우기를 할 경우 금융사가 수용률 수치를 부풀리기 위해 안내를 소극적으로 하거나 금리를 깎아주는 폭은 가급적 줄이면서 건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수용률은 금융사의 책임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수용률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금융사가 오히려 신청 안내 등을 소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축은행·카드사 등 고금리 대출이 많은 2금융권에 더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출금리를 낮게 매기고 신용평가를 철저히 한 금융사일수록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는데, 고금리 대출을 하는 2금융권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편리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대면 접수를 도입했더니 신청이 급증해 수용률이 오히려 낮아져 곤혹스러웠다"면서 "신청 횟수 등에 제한이 없다 보니 중복 건수도 상당한데 공시에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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